한국과 중국은 좋은 이웃이다. 중국은 이미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이며, 교역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이웃이고 경제적으로도 이웃이며 문화적으로도 이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다. 가까이 있는 중국이지만 중국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이웃이 서로 잘 지내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해가 바탕이 되면 소통이 가능하며, 이해는 협력의 가장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배재대학교는 2016년 교육부의 잘 가르치는 대학 ACE사업에 선정되었다.

주시경교양대학에서는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5대 필수역량(지성, 인성, 감성, 소통, 수행) 중 첫 번째로 지성로드를 계획하였다. 지성로드의 첫 번째 목적지는 항저우(항주)였다. 항저우는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의 하나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지역이다. 우리 팀은 항저우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 항주유적지기념관을 방문하였다. 이곳에서 김구 선생의 지난행이(知難行易) 네 글자를 보게 되었다. 아는 것이 어렵지 행동하는 것은 쉽다.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미래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이 네 글자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었다. 즉 우리가 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깨달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웃에 대한 이해가 바로 이 깨달음의 출발이지 않을까?

항저우에서 일정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는 상하이였다. 상하이는 중국 경제발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중국의 미래 청사진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항저우에서 상하이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잠시 휴게소에 들렀다. 예전에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들렀던 휴게소와는 매우 다르게 변화된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휴게소에서 취두부(臭豆腐)를 사서 학생들과 시식해 보았다. 취두부는 두부를 소금에 절여 일정 기간 삭힌 것으로, 썩은 두부라 불리기도 한다. 냄새가 고약한 취두부를 시식하면서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현지의 음식문화를 그대로 체험하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서 이러한 작은 도전들이 모여서 나중에 큰 경쟁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았다.

상하이에서는 대한민국상하이임시정부 유적지를 방문하였다. 현지인의 소개에 의하면 이곳에 곧 도시재개발이 시작된다고 한다. 도시재개발이 시작되면 우리에게 소중한 역사적 의의가 있는 유적지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걱정하면서 동방명주(東方明珠)로 향하였다. 동방명주에서 내려다 본 상하이는 그야말로 국제도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상하이에는 약 300여 개가 넘은 고층 빌딩들이 있는데, 외관이 같은 건물은 없다고 한다. 이는 도시계획에서 경관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방명주에서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를 본 후에 상하이의 과거를 보기 위해 예원(豫園)으로 입장하였다. 예원은 16세기 명(明)나라의 반윤단이라는 관료가 그의 부모를 기쁘게 해 드리려고 지은 정원이다. 예원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 왜냐하면 건물의 문양이나 무늬들이 모두 다르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양과 무늬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디자인은 과거의 중국인의 가치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공존하는 가치관이다. 예원에서 나와서 난징루(南京路)로 갔다. 난징루는 근대 중국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수많은 건축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건물들 사이에 애플 대리점과 화웨이 대리점이 서로 마주보고 있음을 보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애플과 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화웨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상하이에서 우리는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성은 지식이며 지식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이 상대방이 때로는 국가나 민족일 수 있고 때로는 역사나 지리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기술이나 언어가 될 수도 있다. 가까이 있지만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매우 필요하다. 지성로드를 통해 우리의 청년들이 미래의 대전 지역과 한국을 이끌어 나갈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상욱 배재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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