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촉발된 삼성발 경영불안정에 천안과 아산지역 삼성사업장과 협력업체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의 삼성 사업장과 협력사들은 당장의 영향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 협력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9일 경제계에 따르면 천안과 아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 관련 기업들이 산재해 있다. 삼성전자는 아산시 배방면에 온양사업장과 물류센터 소재해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시 탕정면, 천안시 성성동에 각각 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이 소재한 탕정면 일대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세계적인 메카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일부를 임차해 입주했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과 마주해 있다. 천안, 아산의 삼성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만 수 만 명에 달한다.

천안, 아산의 삼성사업장들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여파는 없다"며 동요설을 차단했다. 천안, 아산 삼성사업장 가운데 가장 일찍 1991년 들어선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부회장 구속으로 온양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택의 삼성전자고덕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지역에서 온양사업장 이전설도 끊임없이 나오지만 평택단지와 온양사업장은 공정 자체가 달라 이전은 사실 무근"이라며 정상 경영을 강조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임원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움직이며 올해 하고 있는 투자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1년부터 아산시 탕정면에 OLED 5.5세대 A2라인, 2015년 6세대 A3라인 가동 등 매년 수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관계자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부회장 구속을 이야기 나누는 정도 "라며 "평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그룹 수장의 구속 사태에 천안, 아산 삼성사업장들은 표면상 동요 하지 않는 분위기이지만 일부 협력사들은 술렁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업체로 천안에 소재한 A기업체의 대표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적기에 선투자가 관건"이라며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공백이 장기화되면 대형 투자 결정의 판단도 미뤄져 대기업 투자의 중소기업 낙수효과도 그만큼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남북부상공회의소 한형기 회장은 "천안, 아산은 그나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삼성사업장의 경기가 좋아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다른 지역보다 괜찮았지만 앞으로가 매우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남북부상공회의소는 다음달 7일 열리는 북부상의 연례 총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따른 천안, 아산 등 지역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격세지감을 토로하는 곳도 있다. 아산시 탕정면 삼성디스플레이 시티에 위치한 코닝정밀소재는 2013년까지만 해도 사명이 삼성코닝정밀소재였다. 삼성과 미국 코닝사의 주식 양도거래로 2014년 1월부터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분리됐다. 사명도 삼성을 떼고 코닝정밀소재로 바뀌었다. 코닝정밀소재는 삼성그룹 계열 분리 당시 삼성 잔류를 희망 하는 직원 전배를 놓고 진통도 겪었다. 코닝정밀소재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소식에 코닝 직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에 상당한 물량을 납품하고 있어 삼성의 경영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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