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행정을 규제행정이라고 부른다. 어느 국가에서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개발 등의 경제활동에 걸림돌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그런데 규제의 당위성, 규제여부의 판단기준, 국민의 수용정도 등에 있어서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민원내용에서 금방 알 수 있다. 국내의 민원은 주로 문화재로 인해 개인이 받는 규제가 부당하다는 점을 호소한다. 특히 주민의 삶의 현장인 고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영국에서는 규제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 그리고 현재 뿐 아니라 미래세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화재가 지닌 공적속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규제를 완화하게 되면 오히려 공공을 위한 혜택이 감소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전적으로 희생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모든 개발행위에 대해 허용이나 규제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삶의 터전으로서 고도의 역동성을 고려할 때 보존과 육성을 병행하는 정책을 실현한다면 공익을 위한 국민의 자발적인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고도의 역사적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변화와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고, 그런 정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주민과 국민의 역할이다. 이수정 문화재청 고도보존육성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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