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역사가 기억하는 비운의 퍼스트 레이디

재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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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의 한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던 재클린 케네디는 당시 하원의원이었던 존 F. 케네디를 만나 결혼했다. 1년에 200권 이상의 책을 읽을 정도로 대단한 독서광이었던 재키는 독서로 쌓은 해박한 지식과 유창한 말솜씨로 케네디를 사로잡았고, 영부인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지성미로 남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말년에는 도서편집자로 일하며 몇 권의 저서를 남기기도 했다.

1963년 암살 사건 당시, 댈러스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케네디 대통령 옆에 함께 있었던 재클린 케네디는 당혹감을 감출 새도 없이 백악관의 안주인으로서 의연하게 대처를 해야만 했다. 남편의 피로 범벅이 된 분홍색 투피스를 벗지 않은 채, 그의 유해를 실은 에어포스 원 공군기가 워싱턴 D.C로 향하는 가운데 존슨 부통령의 대통령 취임 선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의 장례식 절차를 정리하는데 앞장선다. 그녀는 장례식에서 차를 타고 운구차를 따라간다는 관례를 깨고 검은색 베일을 드리운 채, 이례적으로 관을 따라 걸어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을 기억하게 만들고 싶었던 전략으로,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퍼스트 레이디 시절,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을 체감했던 재클린 케네디는 남편의 업적이 그대로 사라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직접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를 하며 상세히 전하기로 결심한다.

영화 `블랙 스완`에서 메소드 연기를 펼쳤던 나탈리 포트만이 재클린 케네디로 돌아왔다.

나탈리 포트만은 블랙 스완에서 완벽한 공연에 대한 압박과 불안감에 시달리다 점차 광적으로 변해가는 발레리나를 연기해 충격과도 같은 인상을 남기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자 역사상 가장 사랑 받은 퍼스트 레이디로 기억되는 재클린 케네디를 맡은 나탈리 포트만은 연기 인생의 정점에 올랐다는 평가와 함께 전례 없는 수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나탈리 포트만은 이번 영화에서 재클린처럼 용감한 도전을 했다.

너무 유명해서 역할을 맡는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러웠을 법도 한데, 시대의 아이콘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 관객들에게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재클린 케네디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도록 안내한다. 이번 영화에서 철저한 조사와 집요한 해석, 그리고 끊임 없는 연습이 만들어낸 그녀의 `재키`는 가장 불안정하고 연약했던 순간의 재클린 케네디를 보여주는 한편, 가장 위엄 있고 기품 있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시대의 여성을 표현해냈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재클린 케네디를 클로즈업으로 잡는다.

재키의 내면에서 일어났던 일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고 철저히 재키의 관점에서 영화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다 특히 이미 여러 컷이 대중에 노출된 뉴스였기에 나탈리 포트만의 표정 연기는 한층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나탈리 포트만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될 만큼 감정과 표정의 섬세한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극찬이 나온다.

영화를 보고 나면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왜 `재키` 연출을 결정할 때 나탈리 포트만이 재키를 맡을 경우에만 연출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는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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