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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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데다 날카로운 비판으로 `모두까지 인형`으로 불렸던 인문학자 진중권이 `고양이님`을 떠받드는 집사가 됐다.

19세기 유럽의 문인과 예술가들,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테오필 고티에, 말라르메, 보들레르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입에 침이, 아니 펜에 잉크가 마르도록 찬양하는 `냥이`의 묘묘한 매력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예술가들은 그렇다 치고, 누구를 떠받들 것 같지 않은 진중권이 고양이 책을 냈다.

냉철한 시선으로 사회를 꿰뚫어보는 진중권은 2013년 비 오는 어느 날 `냥줍(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줍는 것을 표현하는 말)` 이후 새사람 `진 집사`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심지어 그의 고양이 `루비`가 말하고 진중권이 받아 펴낸 책이 바로 이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다.

진중권은 냥줍한 이후 한동안 고양이를 맡아 길러줄 이들을 찾았지만 결국 고양이의 애절한 눈빛에 넘어가 `루비`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한 마리의 고양이에서 가족으로 품에 안았다.

그는 이번 책을 펴낸 목적을 낡은 인간 중심주의 집사 문화를 버리고 새롭게 `고양이 중심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진중권은 책 안에서 고양이의 주인을 왜 집사라고 얘기하는 지 설명한다.

`초보 집사들은 자기들이 우리를 데려왔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우리랑 좀 지내다 보면 슬슬 너희가 우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외려 우리에게 간택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할거야. 다시 말해 우리를 데려온 것이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고양이계의 어떤 영적 힘에 의해 미리 결정된 사건, 그래서 아주 오래 전부터 그렇게 되도록 운명 지워진 사건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거지. 바로 그 때 집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집사가 되기 시작하는 거야. (루비가 말했습니다, 고양이 중심주의 선언 중에서)`

진중권은 창세기부터 현대, 그리고 동서양을 아우르며 고양이에 관한 역사, 문학, 철학에서의 재미난 이야깃거리들을 굽이굽이 펼쳐낸다.

그러면서 그는 말한다. "동물의 권리, 지금은 동물이 소유물로 규정돼있는데 이런 것에 대해 법철학적으로 생각해봐야 해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것 자체가 우리끼리 한 합의고, 그런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철학적 논의를 시작하고 싶었어요."

강은선 기자

진중권 지음/ 천년의상상/ 336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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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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