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백시스템 불법주정차 단속 프로그램 개발

한백시스템 원유석 대표이사는 2010년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사진=윤평호 기자
한백시스템 원유석 대표이사는 2010년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사진=윤평호 기자
세탁기 발명은 여성 가사노동 시간을 대폭 줄였다. 냉장고 덕분에 식품보관이 용이해지며 식중독 사고는 크게 감소했다. 혁신적인 제품은 이렇게 소비자들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안전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발상과 접근으로 전에 없던 제품을 내 놓아 새 시장을 창출하며 선도하는 기업이 있다.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한백시스템(대표이사 원유석)이 그렇다.

◇천안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맏형=충남테크노파크 벤처관 입주기업인 한백시스템은 천안의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가운데 `맏형`에 꼽힌다. 원유석(51) 대표는 30대 초반인 1998년 한백시스템을 창업했다. 창업 전 천안의 한 기업 전산사업부에서 7년간 일 했다. 기업에 몸 담고 있는 동안 천안시 호적전산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성과를 낳았다. IMF 경제환란 사태 이후 중앙정부 차원에서 호적전산화 사업을 추진하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경험들이 사장될 처지에 놓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동료 몇 명과 의기투합해 창업을 결행했다. 퇴직금을 전부 투자해 천안시 성정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출발했다.

원 대표가 과감히 창업을 선택한 배경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 창업 이듬해인 1999년 한백시스템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 주정차 단속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불법 주정차 단속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단속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불법 주정차 차량을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뒤 인화해 제출하면 사무실 컴퓨터의 차적조회시스템을 통해 일일이 차주를 확인해 과태료를 고지하는 몇 단계를 거쳐야 했다. 한백시스템의 불법 주정차 단속프로그램 소프트웨어는 천안시가 첫 도입했다. 업무 효율 향상은 물론 필름 인화 등 불필요한 예산 지출도 없앴다. 천안시에 이어 전국 150여 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한백시스템의 불법 주정차 단속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앞다퉈 채택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성장세가 주춤해질 무렵 한백시스템은 하드웨어를 결합한 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한백시스템은 일상의 불편이나 문제에 착안해 혁신적인 제품 개발로 발전시키는 `사회적기업가` DNA를 지녔다. 한백시스템이 이 즈음 주목한 사회 문제는 스쿨존의 빈번한 어린이 교통사고. 원유석 대표는 "정부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느라 스쿨존 정비사업으로 매년 수천 억 원을 쏟아 붓고도 사고는 되려 증가하는 불합리한 상황이었다"며 "직원들과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보행자 동선을 파악한 결과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이 탄생했다"고 회고했다.

원 대표가 언급한 새로운 제품은 2010년 한백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이다. 브랜드명 `아이세이프`(I-Safe)인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는 횡단보도에 대기하는 어린이 등 보행자가 차도에 진입하거나 근접하면 음성경고 방송을 보내 경각심을 일으키는 제품이다. 자동차 통행 제한 및 가드레일, 차량진입방지봉, 과속방지턱, 노면표지등 설치 등 기존의 스쿨존 정비 사업 대부분은 보행자와 자동차를 분리하거나 자동차 운전자 관점에 초점이 맞춰졌다.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는 보행자 관점으로 시설물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보행자 안전시설의 새 모델 제시=한백시스템의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는 개발 직후부터 호평이 쇄도했다. 2010년 대한민국 안전디자인대상, 2011년 국제공공디자인대상, 2012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 금상 등 국내외 수상이 줄을 이었다. 사회가 안전을 중시하고 특히 전국 각 시·군·구 등이 보행자 교통사고 줄이기에 고심하며 한백시스템의 `아이세이프` 설치 지역이 매년 급증했다. `아이세이프`의 실효성은 자연스레 입증됐다. 경기도 고양시가 2012년 말부터 2013년 11월까지 횡단보도 44곳에 한백시스템의 횡단보도 안전대기장치(아이세이프)를 설치한 뒤 1년 전과 1년 후 교통사고 발생건수를 비교한 결과 47건에서 22건으로 53% 감소했다.

보람도 컸다. 원 대표는 "2010년 천안의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교통사고로 쌍둥이 어린이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 원성이 높던 차에 천안시가 `아이세이프`를 설치한 뒤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커 주민들에게서 감사 인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백시스템의 `아이세이프`을 모델 삼아 경찰청은 2014년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 표준규격을 제정했다. 한백시스템은 전국 1000여 곳 횡단보도에 자사의 `아이세이프`를 설치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경찰청 표준지침에 맞춰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 아이세프유(I Safe U)를 선 보였다. 한백시스템은 도로교통공단의 엄격한 시험인증을 통과하고 지능형 음성안내 투광등(아이세이프엘), 무단횡단 방지 조명시설(아이라이트), 어린이 교육용 신호등(세이프키즈) 등 연관 제품들도 출시하며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한 종합적인 면모를 갖췄다.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있었지만 한백시스템은 보행자 무단횡단 경고 시스템 및 그 운용방법 특허 등 원천기술을 풍부히 축적해 기술력에서 큰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교통안전 솔루션 전문기업인 한백시스템의 제품들은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 11개국은 이미 수출교두보를 마련했다. 중국 현지도 `아이세이프` 등 한백시스템 제품군에 우호적이어서 수출 전망이 밝다. 국내는 보행신호 음성안내 보조장치 우선 설치를 명문화한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명수 국회의원 대표발의)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수가 더욱 진작될 예상이다.

원유석 대표는 "천안의 향토기업으로 뿌리내리고 성장하는데 `죽음의 계곡` 등 시련도 있었지만 기술력으로 이겨냈다"며 "끊임 없는 연구개발로 신호등과 일체형 제품 등 시장차별화한 신제품도 출시해 기업성장은 물론 보행자에게 좀 더 안전한 여건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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