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연 앞둔 김유빈 플루티스트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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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에 독일 베를린 콘체르토 하우스 오케스트라에 수석 단원으로 최연소 입단하면서 세계적 플루티스트 반열에 오른 김유빈이 고향 대전을 찾는다.

대전예술의전당의 2017 그랜드시즌의 오픈을 알리는 `프로젝트 대전(Project Daejeon)`을 통해서다. 프로젝트 대전은 대전 출신 아티스트와 국내외 정상급 연주단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무대로 김유빈은 다음 달 16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첫 무대에 오른다.

얼마 전 수원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잠시 한국에 머물렀던 김유빈을 전화인터뷰로 만났다.

김유빈의 목소리는 앳되었지만 차분했다. 이른 나이에 외국 유학길에 올라 어쩌면 세상의 풍파를 일찍 겪은 그다. 그래서인가, 조리있게 설명하기 위해 상황에 맞는 단어를 찾는 그에게 절제된 성격이 드러나면서도 긍정적인 모습도 느껴졌다.

김유빈은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석사 과정에 재학 중이던 지난 해 9월, 만 18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플루트 수석으로 임명됐다. 10대 연주자가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의 수석에 임명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현재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 10대는 그밖에 없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거장인 이반 피셔가 상임지휘자로 있는 명문 오케스트라다.

김유빈은 최연소 수석단원 입단을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에`로 함축했다.

"누군가 제게 10대에 그런 경력을 갖게 된 저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저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요. 음악이 항상 저와 동반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한 길만 걷다 보니 이런 일도 생깁니다. 저를 뽑아준 거에 감사하지만 부담도 있어요. 그만큼 더 최선을 다해야죠."

김유빈은 더블베이스를 전공한 음악가 아버지를 둔 덕에 일찍부터 음악을 곁에 두고 성장했다. 플루트를 배우기 전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먼저 시작했지만 김유빈의 악기는 `플루트`였다.

"피아노는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했어요. 악기를 배우게 된 건 아버지의 영향으로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인데, 플루트는 어머니를 보며 배운 악기였죠. 어머니가 플루트 레슨을 받으셨는데 궁금했었나봐요. 불기 어려운 악기가 소리를 내니 더 알고 싶어했던 거 같아요."

그는 플루트의 매력을 `청아하고 맑은 소리`라 했다. 그러면서 꿈꾸는 듯한 소리가 그를 플루트에서 손을 놓지 않게 한다고.

"관악계에서 피콜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게 플루트에요. 물론 연주를 잘 해야 하지만, 청아하고 맑은 소리가 좋아요. 흔히 목신(牧神)이라 말하는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피리부는 신이 있는데 몽환적 소리를 내는 건 플루트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 매력이 와 닿았죠."

대전 탄방초등학교 졸업 후 예원학교에 진학한 그는 만 16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예원학교 3년 때 그를 사사했던 교사의 권유였다.

"저를 가르치던 선생님의 권유도 있었지만 외국에 나가서 저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가를 보며 꿈을 더 키우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프랑스는 플루트를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로 장 피에르 랑팔과 같은 대가를 배출하고 플루트를 가르치는 역사가 깊은 프렌치 스쿨도 있어 저에겐 또 다른 기회였죠."

프랑스 유학은 김유빈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문화적 차이가 안겨주는 경험,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연주되는 플루트. 또 경쟁적 성격이 강한 한국의 레슨과 달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서로 공유하는 레슨 방식에서 그는 `강요받지 않는` 연주를 할 수 있었다.

김유빈이 세계 음악계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4년 제69회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1위 없는 공동 2위와 함께 청중상, 젊은 연주가상, 스위스 플루티스트협회 특별상을 받은데 이어 2015년 프라하 국제 콩쿠르 플루트 부문에서 우승하면서다. 화려한 콩쿠르 경력 뒤엔 그가 감내한 수만 가지의 일상이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만 16세 나이에 혼자 유학을 갔던 거에요.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했던 나이였는데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하는 게 힘들었죠. 가족,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향수가 컸어요."

그에게도 라이벌이 있을까.

그는 "모든 연주자는 다 훌륭하다"면서 "경쟁이라는 건 있지만 사실 다들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그 자리까지 온 것이라 생각하고 견제자 혹은 경쟁자라는 표현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음악가로 욕심을 내보였다.

"장 피에르 랑팔은 중간에 지휘자 등으로 진로를 변경하지 않고 끝까지 플루티스트의 길만 걸었어요. 듣기로는 80세가 넘어 돌아가시기 적전까지 플루트를 불었다고 해요. 저도 진로를 변경하지 않고 끝까지 플루티스트로 남고 싶어요. 플루트를 마스터하는 연주자가 목표로 저에게 굉장한 도전이 되겠죠."

김유빈은 한국의 여느 10대와 같은 일상을 보내지 않은 게 아쉽기도 하다. 가요는 아는 곡이 없을 정도. 생활 터전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이 되고 한국은 공연 때만 찾다 보니 또래 친구와 공유하는 분야가 적은 게 아쉽기만 하다. 그는 대신 클래식을 추천해준다.

"요즘 관심이 가는 음악가는 말러에요. 플루트는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적은데 오케스트라 플레이어로 접한 곡이 말러 심포니였죠. 그 곡을 플루트로 연주하는 데 또 다른 기쁨을 느껴서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달 말에는 베를린에서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솔로 활동 등 유럽에서 공연 스케줄이 잡혀있다. 다음 달 대전 공연 이후에도 일본에서 아시아투어를 진행한다.

고향인 대전에서 연주한다는 건 그에게 설렘을 안긴다.

"대전에서 연주는 지난 해 8월 한 차례 있었지만 고향에서 그것도 대전을 대표하는 연주자로 오프닝 공연을 한다는 게 영광스럽고 기쁘죠. 플루트의 레퍼토리가 많지 않은데 이번 공연은 대중성을 생각해서 바이올린 곡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에요. 바이올린 곡을 플루트로 연주하는 이번 무대는 저에게도 도전인데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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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김유빈이 대전일보 독자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대전일보 독자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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