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 세종시장이 어제 대선 출마 예상자들에게 행정수도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한 것은 반쪽 행정도시에 그치고 있는 세종시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수도 건설계획 입안 책임자였고, 현직 시장으로 재직 중인 그로서는 이번 대선이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의 상징으로 만들 기회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국회 세종시 이전 방안 연구 발언에 한발 더 나아가 국회 및 청와대 이전을 통한 세종행정수도 건설과 분권형 개헌에 대한 대선 출마 예상 후보들의 입장을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여겨진다.

세종시는 올해 건설 착공 10년, 특별자치시 출범 5년을 맞았다. 현 상황에서 보면 행정의 비효율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수도권 인구 유입 감소 등 당초의 정책적 목표가 달성됐다고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세종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세종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 정치권과 중앙집권적 사고의 틀에서 깨어나지 못한 정치·경제·사회적 기득권자들의 저항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온당하다. 대선 후보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9일 공동회견을 통해 서울에 몰려있는 권력과 부를 전국으로 흩어놓아야 한다면서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과 대검 등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천명한 것은 이런 자각에서 연유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종시 행정수도론과 관련, 대선 후보로 운위되는 이들의 발언을 보면 국회 분원 설치 등 소극적 입장에서부터 실질적 정치·행정수도 건설 등 적극적 방안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력을 담보하는 장치다. 대선 공약화와 더불어 개헌논의를 통해 이를 명문화하는 조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선결돼야 함은 물론이다. 세종행정수도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로 대선시계가 빨라질 경우 경제나 안보 등 여타 굵직한 이슈에 함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대권을 꿈꾸는 각 후보들은 이 시장의 요구에 분명한 답을 내놓고 당내 경선에서부터 이를 공론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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