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재벌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어제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횡령, 국회위증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최순실 사태로 수사선상에 오른 재벌총수에게 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그만큼 혐의가 막중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특검은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검이 법과 원칙을 강조한 만큼 K스포츠·미르재단에 기부금을 낸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재벌총수에 대한 영장은 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 이런저런 이유로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영장 청구 결과를 놓고도 여전히 견해를 달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뇌물공여 등 혐의를 처벌하는 것은 대다수가 법감정과도 부합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과 재계 등에선 구속수사까지 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 4당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돼야한다"고 환영한 반면 여당은 우려의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재벌총수라고 해서 법 앞에 예외가 되선 안 되지만 무리한 법적용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과 증거에 따라 법원이 명확히 해야 할 대목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여부는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결판이 난다. 사안의 핵심은 특검이 뇌물공여로 적시한 430억 원에 대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 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특검의 수사가 법원에서 인정할 만큼 완벽하게 이뤄졌는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영장이 발부되면 별 문제가 없지만 기각될 경우 특검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뇌물공여 혐의는 물론이거니와 타 기업에 대한 수사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최순실과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입증도 어려울 수 있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특검이 고심을 거듭했듯 법원도 영장 발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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