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소득이 줄며 서민생활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열풍이 불었던 '웰빙'은 뒷전으로 사라지고 가격대비 성능을 상징하는 '가성비'가 소비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유대강화를 위한 교류는 접고 혼곡(코인노래방에서 나홀로 노래), 혼밥(식당서 혼자 먹는 밥), 혼술(술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갖고 싶어 자발적으로 혼자 먹고 마시는 사람도 있지만 팍팍한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신다. '인생 한방'을 위해 로또복권에 희망을 거는 국민이 늘며 작년 한 해 판매는 액수 기준 3조 5500여 억원, 판매량 기준 35억 5000여 게임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97억 원어치씩 팔린 셈이어서 '불경기일수록 복권이 많이 팔린다'는 속설이 현실화됐다.

서민들의 생활고를 알려주는 지표는 적금·보험 해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한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적금 중도해지 건수는 298만4306건으로 2015년 282만6804건 보다 15만 7502건 늘었다. 전체 적금해지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5년 42.4%보다 2.9%포인트 오른 45.3%에 달했다. 줄잡아 가입자 2명 중 1명이 적금을 깬 셈이다. 보험 해약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41개 생명·손보사가 작년 3분기까지 고객에 지급한 해지환급금은 22조9904억원에 달했다. 월 평균 2조 5000억 원 이었던 점에 비춰볼 때 2015년 28조 3000억 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웃과 교류를 끊고 보험·적금을 깨고 로또에 희망을 거는 것은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그만큼 궁핍한 처지에 몰렸다는 방증이다. 서민 생활고를 줄이려면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를 통해 가계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 천정부지 물가도 고삐를 죄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수선한 시국에 손놓고 있으면 서민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서민 생활이 '사회불안 요소'가 되지 않도록 고통을 덜어주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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