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광폭 대선 행보 중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헌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운을 뗀 모양이다. 그 연장선에서 "단순한 정권교체라는 제한된 수단보다 전체적으로 정치제도를 개혁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 생각한다"는 입장도 부연했다. 올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 누구도 개헌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개헌안 내용과 시기 등에서 입장이 갈리고는 있어도 개헌은 대선 표심을 가를 중대 변수로 간주된다.

개헌 문제는 폭발력이 잠재돼 있는 사안이다. 개헌에 관한한 각 대선주자들이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도 잘못 건드렸다가는 대선정국에서 깊은 내상을 입을지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어느 한쪽이 기본 입장을 굳히는 마당이라면 경쟁자들 또한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반 전 총장의 개헌관이 주목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다만 어제 수준의 개헌 언급은 원론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용물을 빨리 채워 국민의 평가와 판단을 기다려야 함은 물론이다.

첫 번째 논점은 권력구조 개편이고 무엇보다 대통령 권력을 줄여야 한다는 게 국민적 공감대다. 둘째는 개헌 시기다. 대선 전이냐 후이냐는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동참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고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의중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지점에서 반 전 총장과 문 전 대표가 대립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 대선 후 시기를 특정해버리면 되돌리지 못한다. 게다가 대통령도 국회와 대등한 지위에서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국민적 지지가 동력이 됨은 물론이다.

권력구조 개편 및 개헌 시기 문제에 대한 대선 주자간 선명성 경쟁은 유권자 선택을 돕는 일이다. 반 전 총장이든 누구든 이와 연동해 대선에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개헌안의 다른 한축은 세종시 수도 완성이 떠받쳐야 한다. 최소한 국회 본원의 세종시 이전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개헌론과 세종시 수도론 선점이 긴요하다. 두 의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대선 저울추가 기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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