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감각과 지각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우리가 이미 감각과 지각 속에서 살고 있고 그 둘은 거의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를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은 실제생활에서 상당히 유용하다.

감각은 외부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주관세계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신체지도로 입력된 감각을 통합해서 대상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 그리고 기억을 토대로 새로운 정보를 쌓아가고, 생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포함하는 주관적인 인식작용을 지각이라 한다. 감각대상인 객관적인 세계와 주관적인 세계인 지각을 일상용어로 표현하면 `사실과 생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감각경험이 지각의 내용을 형성하지만 지각은 감각대상을 인식하는 틀을 부여한다. 무언가를 바라볼 때 이미 기억에 의해 형성된 관점을 가지고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감각과 지각은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을 한다. 그러나 지각은 사실세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종의 가상세계라 할 수 있다. 가상세계가 사실세계와 단절되면 지각체계가 오염된다. 그 결과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갖게 되고 급기야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오염된 지각, 생각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때 생각과 사실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생각의 한계를 인식하고 생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생각이 고착되어 답답할 때는 무작정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의도적으로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모두 일단 생각을 내려놓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고반재의 종림스님은 공(空)의 자리에서 세상을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각자가 1의관점, 2의관점, 3의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부분만 보는 것이니 01, 02, 03식으로 0을 바탕에 깔고 1, 2, 3을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본 후에 생각을 보아야 오염된 생각으로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철학적으로는 무와 유를, 과학적으로는 대칭성과 비대칭성을, 인식적으로는 사실과 생각 즉 감각과 지각, 이 둘을 분리하고 또한 통합해서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이 눈이 가려진 힘 있는 자들의 모습이 얼마나 추한지를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이상열 두뇌학습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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