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전 총장이 오늘 오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는다. 그의 귀국은 정치사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 최초의 세계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자마자 대선판 직행이 예고돼 있어서다. 그런 반 전 총장이 들어오는 것을 신호탄으로 대선 지형에 순풍이든 역풍이든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20%대 여론 지지율이야말로 반 전 총장을 대선판으로 등 떼미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에 대한 정치권 태도는 대선 주자 및 정파적 이해 상관성과 맞물려 호·불호 스펙트럼이 비교적 넓은 편에 속한다. 야권에서는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 세력,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 측이 우호적이라면 같은 민주당 우산을 쓰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탐탁치 않은 쪽에서 대립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새누리당과 딴살림을 차린 바른정당의 경우 반 전 총장 합류 문제가 더 절실한 처지에 내몰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 전 총장의 현실적인 고민은 여러 정치 세력들의 할거 지형이 강제하는 상황에서 선택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대선 승리는 국민적 보편정서에 얹혀가는 것만으로는 지난한 고지다. 정치적 기반 측면에서 현실 정치세력이라는 외피가 필요하며, 이 때 대선 최강 경쟁자가 속한 정파를 제외한 여집합 정파를 상대로 어떻게 관계설정을 할 것인지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만 올 대선에서도 진영 논리가 작동할 경우 이를 선제적으로 극복해내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가 수반된다.

반 전 총장은 대선판에서 무시해선 안되는 흥행 요소다. 국내 정당질서 토양에서 커온 세력과 국제무대라는 바깥일 경력이 유력한 무기인 인적 자산과의 진검 승부를 지켜보는 기회가 제공된다면 유권자들의 대선 레이스 몰입도가 높아지게 돼 있다. 결국 '유학생 주자'인 반 전 총장 명운은 시대 변혁을 견인하느냐, 아니면 구체제의 막차를 타느냐에 좌우될 듯하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