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를 예고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남경필 경기지사 2인이 어제 "세종시를 정치·행정수도로 완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선언했다. 이를 시발점으로 세종시에 수도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가 대선 정국에 뜨거운 감자로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안·남 지사가 함께 손 잡고 세종시수도론을 견인해 나가기로 의기투합한 대목은 매우 상징적이다. 각기 민주당과 바른정당에 소속돼 있음에도, 국가 100년 대계를 관철하는 일에 정파 논리나 개인의 유·불리를 앞세우지 않았다는 점도 신선하다.

알다시피 세종시는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려고 낙점한 입지였다. 지금은 '행정중심' 도시로 완성돼 가는 단계에 있으며, 법적으로는 특별자치시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이런 세종시 모습은 정책의 모순이고 아울러 비효율을 낳고 있다. 행정수도 건설에 대응한 물적 토대를 확보해 놓고도 정부 부처 중심의 중앙행정기관들만 배치됨으로써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라는 정책적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게 된 '미완의 행정수도'로 전도된 현실이 증명한다. 안·남 지사가 "국회와 청와대, 대법원과 대검 등을 세종시로 완전하게 이전하는 것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규정한 것도 이런 배경을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할 수 있다. 두 단체장은 때맞춰 상식과 합목적성을 각성시켜주었다. 세종시를 정체성 모호한 도시로 놔둬선 안되며 잃어버린 수도역할과 지위를 복원시켜줘야 한다는 것으로 백 번 타당한 얘기다. 행정중심도시가 온전히 기능하려면 행정수반의 상주 공간인 청와대 이전을 비롯해 행정부와 조응하는 입법부인 국회가 본원 수준으로 옮겨와야 한다. 두 핵심 기능이 세종시로 들어 오면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도 서울 잔류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세종시의 정치·행정수도 완성의 기본 전제는 개헌을 통해 수도 지위를 명문화하는 일이다. 개헌론이 조기대선 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호기이자 적기이다. 권력분산 등 문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세종시수도론에 관한한 정치권이 앞장서 개헌안에 넣어 쐐기를 박아 놓지 않으면 또 겉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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