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성주의

반지성주의
반지성주의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기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두고 많은 이들이 그 원인을 `반지성주의`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정치는 전환기에 반지성주의가 등장하는 전통이 있다고 말한다. 아이젠하워, 레이건, 조지 부시 대통령 등 대중의 지지를 얻은 이른바 정치 아마추어가 `주류`인 지적 엘리트를 꺾고 정치를 변경하는 역사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비단 `트럼프 현상`이 아니더라도 미국은 불가사의한 나라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가진 나라이면서도 소박한 기독교 신앙이 이상하게 번성하고 진화론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그룹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유독 안티엘리트(Anti-Elite) 풍조가 강한 나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모든 수수께끼의 열쇠는 미국에서 변질된 기독교가 낳은 `반지성주의`에 있다고 본다.

여기서 반지성주의를 글자 그대로 `지성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오히려 자기 성찰이 결여된 지성에 대한 반대, 지성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특권계층에 대한 반감이자 반발이 반지성주의이다.

기성의 권위가 대중의 요구와 동떨어진 정치나 종교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을 원동력으로 하는 반권위주의가 반지성주의의 기초라는 말이다. 물론 반지성주의의 부정적인 면을 부정할 수는 없다. 1950년대 매카시즘 광풍에서 보듯 반지성주의에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위험성이 항상 내재해 있다. 포퓰리즘에 휩쓸리기도 하고 원래 취지와는 반대로 권력에 이용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과 지성의 타락을 막는 본래적인 의미의 반지성주의는 사회의 건전성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요소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결국 반지성주의자가 꼭 갖추어야 할 요건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성`이다. 지성이 있어야 지성과 유착한 권력에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속해 있는 동일한 가치질서의 상하를 뒤집을 뿐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분노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를 바꾸려면 다른 좌표축에 서서 새로운 시점을 제시해야 한다.

이 책은 `지성`과 `자기 확신`을 가진 반지성주의자가 더 많아지길 바라며 쓰인 책이다.강은선 기자

모리모토 안리 지음/ 강혜정 옮김/ 세종서적/ 316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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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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