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라이프(Life)`지에서 `1000년의 역사를 뒤흔든 100가지 사건`을 선정했다. 구텐베르크의 성경인쇄,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달 착륙 등 큼직한 역사들 틈 속에 끼어있는 재미있는 사건 한가지, 바로 `감자의 발견`이다.

감자의 원산지는 남미 안데스다. 남미에서는 7000년 전부터 경작됐고,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유럽에 전파됐다. 배고픈 인류의 허기를 채워줬다는 대중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처음 감자가 유럽에 들어왔을 땐 크게 사랑 받지 못했다. 울퉁불퉁하게 못생긴 감자의 외양, 성경에 나오지 않은 작물이라는 이유, 그리고 나병을 일으킨다는 잘못된 소문 등으로 인해 감자는 악마의 작물이란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다만 최음제라는 소문이 돌아 귀족들 사이에서 수요가 있었고 궁정의 관상용 작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구황작물(救荒作物)은 불순한 기후 때문에 흉년일 때에도 안정적으로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을 의미한다. 감자는 구황작물의 대표격이다. 항상 식량이 부족했던 때, 감자의 우수성을 인지한 독일 프러시아의 프레드릭 대왕과 프랑스 파르망티에는 감자의 가치를 알리는데 노력했다. 덕분에 급격하게 인구가 증가한 18-19세기 유럽인들의 배를 채웠고, 산업혁명의 큰 원동력, 세계대전시 중요한 식량이 돼줬다.

우리나라에 감자가 전해진 것은 19세기 초, 산삼을 훔쳐가려 들어온 청나라인이 경작해 먹으면서 들어왔다. 감자의 본딧말은 `북감저(北甘藷)`, 고구마를 뜻하는 `감저`에 `북`을 붙여 북쪽에서 들어온 고구마라 했다. 우리 민족은 토란, 마 등 뿌리작물을 즐겨 먹었기에 유럽에서와 같은 저항력은 없었다고. 일제 강점기 땐 쌀을 모조리 빼앗겼기 때문에 가난의 농민들의 주식이 되기도 했다. 감자하면 강원도를 떠올리는데, 강원도의 지형과 기후로 인한 타작물 수확의 어려움, 그리고 낮은 온도에서 더 굵어지는 감자의 특성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과거의 감자는 생계를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기능했지만 현재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이탈리아의 `뇨끼`, 스위스의 `뢰스타` 프랑스의 `프렌치 프라이` 영국의 `피쉬 앤 칩스` 세계 각국에서 각자의 입맛에 맞게 감자를 조리해 혀를 즐겁게 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햄버거와의 궁합을 자랑하고, 과자의 주재료, 심지어 보드카, 소주 등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 일반 가정집에서 국, 반찬의 재료로 가장 사랑 받는 것 또한 감자다. 독일의 괴테가 말했다 "감자는 신이 내린 가장 위대한 축복이다." 값싸고 못생긴 감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못생겨도 괜찮아. 넌 축복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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