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확률 97.6% 불가능 임무도전

우리는 흔히 거대하고도 웅장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 `서사시`라는 호칭을 붙인다. 비록 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 않을 지라도 영웅의 스케일 큰 고생담, 혹은 모험담을 담고 있다면 서사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광활한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 스타워즈 시리즈는 그래서 서사시라고 불릴 이유가 충분하다.

공상과학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면 그 어떤 작품도 스타워즈의 영향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만큼 스타워즈 시리즈가 공상과학 작품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이 공상과학 영화의 `고전`은 여전히 현역이다. 이는 뛰어난 세계관에 기인한다. 외연을 보다 확장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관이 거대하고도 유연한 덕분이다.

덕분에 이번에 나온 새로운 에피소드는 스카이워커 부자의 모험을 그리지 않아도 그 색깔을 잃지 않았다. 아마 스타워즈 세계 어디엔가 벌어지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있기 때문일테다. 그리고 그 시도는 일단 성공한 듯 싶다. 아니, 아마도 새로운 전설의 시작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이야기의 중심은 그 유명한 `데스 스타`다. 반군 소속 진(펠리시티 존스)은 아버지가 데스 스타의 개발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데스 스타의 약점을 캐내야만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데스 스타가 행성 하나를 파괴할 정도로 위협적인 만큼, 진은 완성되기 이전에 설계도를 훔쳐내야만 한다.

그러나 작전의 성공 확률은 2.4%에 불과하다. 97%가 넘는 실패율은 충분히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임무도 임무지만 진은 생사조차 모르는 아버지와 얽힌 비밀을 풀고싶다는 마음 역시 갖고 있다. 다행히 그에게는 정보요원 카시안(디에고 루나)와 맹인이지만 뛰어난 전투원인 치루트(견자단) 등 동료들이 함께 한다. 진과 동료들은 과연 무사히 작전을 완수하고 설계도를 입수할 수 있을까.

줄거리를 대충 봐도 알겠지만 이번 작품은 우리에게 친숙한 루크 스카이워커가 아닌 진이 주인공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가장 큰 진입 장벽 중 하나가 `기존 시리즈가 워낙 많아 안봐서 잘 모른다`였던 만큼, 이번 작품은 기존 스타워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적어도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라면 압도적인 스케일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작품은 과거작들과 달리 대형 지상전투를 비롯해 해변 전투 신 등이 준비돼 있다. 하지만 과거작에서 이런 장면들을 볼 수 없었던 탓에 전작들보다 오히려 더욱 거대한 세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준다. 우주공간에서의 전투도 좋지만, 속도감 있는 장면들을 정면에 배치함으로써 스케일감을 더욱 극대화한 모양새다.

주인공들의 연기 역시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펠리시티 존스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강인한 여전사로 재탄생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한 인간으로서의 복잡한 내면 연기를 충실히 소화해냈다. 여기에 디에고 루나와 견자단의 존재감은 극의 생기를 불어넣으며 로그 원 팀의 강한 유대와 강력한 팀워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드로이드 K-2SO 역을 맡은 알란터딕의 연기를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마스코트인 R2D2와 C3PO를 K-2SO가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 지 기대해도 좋다.

완벽한 준비를 거듭한 끝에 새로운 시리즈가 눈 앞에 섰다. 혹자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워낙에 긴 탓에 지루하다고 평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분명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이 가득한 작품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는 서사시라는 이름과 매우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하지만 길고 거대하다며 두려워하거나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이야말로 그 거대한 서사시에 발을 들여놓기에 가장 좋은 작품이다. 이번 에피소드를 포스의 힘과 은혜를 깨닫는 계기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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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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