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차가운 겨울바람이 익숙해져가는 요즘,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소방차들이 부쩍 눈에 띈다.

건조하고 추워지는 계절적 특성상 화기취급 및 각종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더불어 급성 또는 만성 환자들의 잦은 발생이 소방차들의 발걸음을 쉼 없게 만드는가 보다.

소방차를 우리 소방관들은 소방의 발이라 부른다. 수많은 재난현장에서 시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고 혹시라도 있을 시민의 아픔도 함께해야 하는 숙명적 과제를 향해 무한 달려야만 하기에 이렇게 칭한다.

모름 지기 소방의 발걸음은 하루하루 가볍고 경쾌하며 무엇보다 신속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발걸음마다 지닌 가치와 소중함이야말로 그 무엇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러한 소방의 발걸음을 가뜩이나 무겁고 더디게 만드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꽉 막혀버린 도로다. 사회적·자연적 재난현장은 물론 우리 생활 주변에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상들은 촌각(寸刻)을 다투고 있지만 꽉 막혀버린 도로는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치게 만든다.

화재는 특성상 일정 시간(약 5 -7분)이 경과되면 연소속도가 빨라지고 화세 또한 급격히 성장하므로 진화 및 구조활동 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구급활동에서도 초기대응의 중요성은 크다. 심정지 응급 환자의 경우 4분 경과 후 1분마다 소생률이 7-10%씩 감소하고 10분 경과 시 소생률은 5% 미만으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렇듯 출동의 신속성은 적정 대응의 중요한 `골든타임`이기에 소방차는 단 1초라도 빨리 재난현장에 도착해야만 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 소방관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소방차 길 터주기 홍보활동과 훈련을 하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교차로 부근에서는 교차로를 피해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 일방통행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정지. 편도 1차선 도로에서는 우측 가장자리로 최대한 진로를 양보해 운전 또는 일시정지. 편도 2차선 도로에서는 일반차량은 2차선으로 양보, 긴급차량은 1차선으로 진행. 편도 3차선 이상 도로에서는 긴급차량은 2차선으로 진행하며, 일반차량은 1차선 및 3차선(좌·우)으로 양보운전 등이다.

또한, 소방차량의 통행에 장애가 되는 도로 양방향 주차 및 좌판 등 설치행위 금지와 아파트 단지 내 소방차 전용주차선 확보의 생활화 등은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가장 빠른 소방차 아니 가장 경쾌하고 가벼운 소방의 발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화재·구조·구급현장에서의 대응의 성패는 신속성과 전문성의 합에 의해 달려 있고, 특히 신속성이야말로 시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가장 가치 있는 대응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소방차 길 터주기의 작은 양보들이 모세의 기적으로 나타날 때 내 가족과 이웃의 행복은 영원히 지켜질 수 있고,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다가올 때 먼저 비켜주고 양보하는 운전자의 아름다운 배려는 나와 이웃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랑의 실천이며, 나아가 `안전한 대한민국, 행복한 국민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소방차는 누군가의 부름에, 아니 그 부름에 앞서 소방에 주어진 소명을 다하기 위해 가볍고도 빠른 발걸음을 기대하며 사이렌과 경광등을 켜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있다.

이규선 계룡소방서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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