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풀을 매고 흙덩이를 쪼개고 뿌리에

바람의 길을 내주는 호미다

어머니의 무릎이 점점 닳아갈수록

뾰족한 삼각형은 동그라미가 되어가지만

호미는 곳간에 쌓아둘 무거운 가마니들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가난한 한 끼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저물녘까지 몸을 부린다

인간은 모두 호미의 자식들이다

호미는 무기도 못 되고 핏대를 세우는

고함도 만들지 않는다 오직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것들을 가꾼다

들깨며 상추며 얼갈이배추 같은 것

또는 긴 겨울밤을 설레게 하는

감자며 고구마며 옥수수 같은 것들을 위해

호미는 흙을 모으고

덮고 골라내고 수런거린다

그러다 잊혀져 밭고랑에서 뒹군다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호미야말로

인간의 위대한 이성을 증명하지만,

이 시의 전언은 다음 같이 요약된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호미다. 인간은 모두 호미의 자식이다. 호미는 오늘이 지나면 사라질 것들을 가꾼다. 그러다 잊혀져 밭고랑에 뒹군다. 지금은 낡아가는 흙벽에 말없이 걸려 호미의 침묵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호미의 역사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 노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대는 호미를 맨손에 쥐어본 적이 있는가. 호미를 들어서 그 찰진 흙 가슴을 일구면서 진정한 땀을 흘려본 적은 있는가. 어느 시인은 말하기를 인간의 가장 행복한 모습은 맨발로 대지 위에 서서 흙을 일구는 노동의 시간이라 했다. 인간의 원형적 모습은 쟁기질하는 것이라고.

그렇다. 인류의 역사는 반자연의 시간으로 진행되어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흙으로부터 점차 멀어지는 순간부터 행복은 불행으로 변해 갔다. 인간은 흙의 정신을 벗어나 문명을 향해 달려오는 그 순간부터 우리 미래는 싸움터로 변해갔다. 정쟁이 들끓고 착취가 잇따르고 남의 것을 빼앗고 욕심이 도를 지나치며 화를 부르고, 상대를 모함하고 거짓말을 일삼고, 결국 인간의 역사는 왜곡의 역사가 된 것. 우리 이제 다시 돌아가자. 호미의 정신으로. 진정한 노동의 정신 바로 그것으로. 시인·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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