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Midas)는 기원전 8세기 무렵, 지금의 터키 지역인 소아시아 프리기아왕국을 다스렸던 왕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미다스 왕은 엄청난 재산을 가진 부자였음에도 매우 탐욕스러웠던 탓에 더 많은 부귀를 원했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가 `미다스의 손`으로, 오늘날 미다스는 `탐욕, 과욕`을,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은 `돈 버는 재주`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미다스 왕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이 내용은 왕의 이름이 신라의 경문왕일 뿐 삼국유사에도 등장한다.

미다스 왕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기의 귀가 당나귀 귀로 변해 있었다.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를 그냥 둘 수는 없었기에 어느 날 이발사를 불렀다. 이렇게 황당하게 큰 귀를 본 적도 없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던 이발사는 놀라 혼비백산했다. 미다스왕은 이발사에게 이 사실을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리며 만약 발설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 이라고 잔뜩 겁을 줬다.

집으로 돌아온 이발사는 병에 걸리고 말았다. 화병이 크게 난 것이다. 시름시름 앓던 이발사는 어느 날 의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처방을 내렸다. 그는 의사의 처방대로 땅에 구덩이를 파고는 거기에다 대고 크게 소리를 질려댔다.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듯이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가. 바람이 불때마다 그 구덩이에서 자란 갈대가 흔들리며`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소리가 온 천지에 울려 퍼진 것이다. 이 소재는 화가들에게도 좋은 소재였는지 필립포 리피나 니콜라 푸생, 티치아노 등 르네상스에서 바로크에 걸쳐 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남겼다. 미다스에 얽힌 이야기 중 대체로 미다스 왕을 아폴론과 판의 음악대결 심판자로 묘사한 그림이 흔하고, 니콜라스 푸생의 작품 `파크툴루스 강의 미다스`처럼 왕관을 쓴 강의 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탐욕과 소통의 불능으로 더럽혀진 자신의 몸을 씻는 미다스를 그린 작품도 있다.

이 이야기는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은 없지만, 큰 귀가 반드시 부끄러워 감춰야 할 대상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 인내와 크고 조롱감으로 여겼던 크고 긴 귀를 사랑과 존경의 대상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기에 되새겨 볼 이야기라 여겨진다.

보다아트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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