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이 구입한 2억원대의 농기계가 농민들이 외면 창고에 방치돼 있다고 한다. '옥수수 베일러'라는 이 농기계는 옥수수를 베어 잘게 썬 뒤 둥글게 압축해 묶어 내는 일본제품 이다. 2010년 1억 6700 만원을 주고 임대용으로 구입했으며 2014년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3000만원을 들여 보조 작업기(하베스트) 1대를 추가로 사들였다. 두가지를 합치면 약 2억원에 달하는 이 농기계는 정작 농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옥수수 흡입구 쪽에 문제가 생겨 사용을 꺼린다. 일본제품이라 부품조달도 쉽지 않아 수리를 못하는 상태다. 올해는 단 1차례도 임대되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단 한번 임대된 게 전부다. 처리도 딜레마다. 놔두면 고철이 되고 판매 하자니 헐값이 뻔해 예산낭비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이 지자체는 동력 톱이나 예취기를 안전문제로 임대목록에서 제외하며 50여종이 '낮잠'을 자고 있다는 게 군의회의 지적이다.

활용되지 않는 임대농기계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마찬가지다. 지난해 충북도내에서 1년 내내 단 하루도 임대되지 않는 농기계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통계가 반증한다. 녹비작물 처리기, 분뇨 지중 살포기, 심경크랭크 로터리 등은 농민들조차 이름이 생소한 농기계다. 연평균 3일 사용하고 창고에 방치된 농기계가 전국에서 5000대를 넘으며 139억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국감자료도 있다. 농민들의 선호도나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입했다고는 하지만 수요예측을 잘못했거나 효율성 등을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은 후유증으로 보인다. 단체장의 선심성이나 농기계업체의 영업활동도 한 요인이라고 농민들은 꼬집는다.

농기계 임대사업은 고령화 등으로 영농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지자체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다. 꼭 필요하지만 비싼 농기계를 큰 돈 들이지 않고 빌려 쓸 수 있어 농민들도 반기며 성과도 크다. 단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수요나 효율성의 면밀한 분석은 필수다. '구입해 놓으면 사용할 때가 있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농민들의 외면을 받고 예산낭비라는 비난만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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