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분노한 민심이 대전 지역 역대 최대 규모의 `광장 인파`를 만들어 내며 지역 집회 역사를 새로 썼다.

시민들은 지난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국정농단 연루자들에게 강도 높은 규탄을 쏟아냈지만, 집회 과정 내내 질서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몸소 실천했다.

박근혜퇴진대전운동본부는 3일 오후 5시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타임월드 백화점 앞에서 `박근혜 퇴진 3차 대전 10만 시국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국대회는 주최측 추산 5만명, 경찰 추산 8000명이 모이며 대전지역에서 개최된 최대 집회 인원 기록을 다시 한 번 갱신했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2차 집회는 1차의 3만 5000명에 비해 5000명 많은 4만명이 모였지만, 이번 집회는 전회 대비 1만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집회 참가인원 역시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최측은 이날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에 대해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대전운동본부는 3차 대국민 담화문에 대한 입장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는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 폭력적인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현재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즉시 구속과 종신형에 처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지역 민심이 보다 공고화됨에 따라 정치권 역시 바쁘게 움직였다. 송영길·박주민 의원과 함께 지역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촛불 홍보단`은 본집회에 앞선 오후 2시부터 대전지역 일대를 돌며 시민들에게 박대통령의 탄핵 당위성에 대해 설파했다. 5시부터 시작된 본 행사에는 이들을 비롯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조승래 의원, 권선택 대전시장, 허태정 유성구청장 등 각급 지자체장 등도 함께 참여해 촛불의 열기를 더했다.

지난 시국대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강도 높은 규탄 역시 이어졌다.

대전 용산고에 재학 중인 이수연(17) 양은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어떤 사실도 알리지 않은 채 모든 일을 덮으려 한다"며 "본인은 단 한번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오로지 최순실과 같은 자신들의 세력들을 위해서만 정치를 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으니 자신의 잘못을 명백히 밝히고 물러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집회가 절정에 치달을 무렵인 오후 7시가 되자 `1분 소등`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본집회가 종료된 7시 20분쯤 둔산동 일대 2.8㎞구간에서 거리행진을 실시한 뒤 9시 30분쯤까지 뒤풀이 집회를 가졌다.

한편 시국대회의 열기는 일요일인 4일까지 지속됐다. 대전지역 고교생들이 4일 오후 3시 갤러리아 타임월드 앞에서 `대전 청소년 시국대회`를 실시한 데 이어, 방송인 김제동씨도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김제동과 함께하는 만민공동회`를 개최하며 정부의 책임있는 모습을 요구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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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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