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근 지음 / 채륜서 / 272쪽 / 1만 5800원

느림, 혹은 여백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는 우리 주변 곳곳에 숨어있다. 그 아름다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아마도 한옥일게다. 은은한 풍경소리와 고즈넉한 안마당, 그리고 유려한 곡선을 볼 때면 특히나 그러하다.

한옥이 몰려있는 곳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 전주 한옥마을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최근 국내 여행지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간 1000만 명이 찾을 정도로 내륙 관광지에서는 부동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둘 것이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찾는 만큼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하지만 전주 한옥마을은 관광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때문에 책은 `진짜` 전주 한옥마을을 보여주는 것에 보다 집중한다.

저자는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경기전의 대나무, 이목대의 들풀, 태조로의 밤을 수놓는 초롱 빛 등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에 천착한다. 흔히 유명하다고 불리는 한옥마을의 볼거리들을 나열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쳐 지날 수도 있는 은은한 맛을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다시 보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주변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한옥의 멋을 그려내려는 노력도 담겨있음은 물론이다. 책은 마을 안에 있는 한옥의 준공 연도와 같은 건물의 역사, 건물의 재질과 모양새 등을 유려한 필체로 묘사했다. 특히 건물이 갖고 있는 의미와 건축 양식 등도 함께 기술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책은 전주 한옥마을의 역사적, 문화적, 문학적 가치에 대한 통합적 시각이 담겨있다. 단순히 유적지에 집중하지 않고 전주 한옥마을의 숨어있는 가치를 이끌어 내려 시도한 덕분이다. 이미 전주 한옥마을에 방문한 사람들, 혹은 언젠가 다시 한옥마을을 찾을 독자들에게도 큰 의미를 선물할 것이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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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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