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지역 최초 대학생 금융협동조합, 단국대 천안캠퍼스 태동, 희망 대출

충청지역 최초의 대학생 금융협동조합인 단국대 천안캠퍼스 `키다리은행`이 대출자와 약정서와 체결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키다리은행 제공
충청지역 최초의 대학생 금융협동조합인 단국대 천안캠퍼스 `키다리은행`이 대출자와 약정서와 체결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사진=키다리은행 제공
대학생들도 급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신용도 담보도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금융권은 문턱이 높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금융상품을 이용했다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 학생들을 위한 소액의 맞춤 금융은 없을까? 있다. 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학생들이 충청지역 최초로 대학생 금융협동조합을 결성해 청년들 고민 해결에 나섰다.

단대 천안캠퍼스 학생들이 만든 금융협동조합의 이름은 `키다리은행`.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의 성장을 돕는 소설 `키다리 아저씨`에서 제목을 따왔다. `키다리은행`은 지난 9월 20일 설립했다. 창립 조합원 17명이 1만 원 이상 쌈짓돈을 모아 출자금 50만 원을 모았다. 키다리은행의 씨앗은 올해 환경자원경제학과 1학기 강좌에서 싹 텄다. 고경호 교수가 강의한 `지역발전론`에서 대학생 금융협동조합 사례를 접한 환경자원경제학과 3학년 학생들이 "우리도 해 보자"며 의기투합했다.

키다리은행장인 원종현(24·환경자원경제학과 3년)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용돈이 딱 떨어질 때가 있다. 급하게 몇 만 원을 써야 해서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손 빌리기는 미안하다"며 "대학생 금융협동조합이 있다면 비슷한 어려움 겪는 여러 대학생들이 도움 받고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종현씨의 설득에 같은 과 동기인 김승현(24)씨도 키다리은행 준비팀에 합류했다. 준비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대학생 금융협동조합을 만든 한양대를 찾아가 선진사례를 습득했다. 이 주일에 한 번씩 만나 조합원 자격, 대출 계획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동기나 선·후배들과 커피 한 잔을 놓고 대화하며 조합원 유치에도 열성을 쏟았다.

`키다리은행`은 설립한 지 두 달여 밖에 안됐지만 조합원이 40여 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출자금도 130만 원을 넘었다. 초기 조합원은 환경자원경제학과 학생들이 주축이었지만 이달 초 교내 학술제 때 키다리은행 사례를 발표한 뒤 타 과 학생들도 가입했다. 학생들이 학생들을 돌보는 키다리은행의 취지에 적극 공감해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들도 명예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조합비를 후원했다.

키다리은행의 대출 상품은 `숏다리 펀드`이다. 단국대 천안캠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1인당 최대 30만 원을 6개월간 대출할 수 있다. 이자는 `자율`이다.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첫 대출자는 30만 원을 빌려 이자로 3만 원을 보태 한달만에 상환했다. 키다리은행이 무턱대로 돈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자체 대출심사표로 대출 목적, 갚을 능력 등을 꼼꼼히 따진다. 지금까지 대출자는 총 4명. 대출 신청이 거절된 사례는 없다. 상환 사고율도 `0`.

키다리은행은 학생의 진로에도 영향을 끼쳤다. 원종현 은행장은 "키다리은행을 준비하고 직접 운영하며 사회적경제에 눈을 떴다"며 "졸업 이후 사회적경제 혁신가로 비전을 갖는데 키다리은행이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키다리은행은 올해까지 조합원 50명, 내년은 100명까지 늘린다는 목표이다. 출자금도 400만 원까지 확대해 더 많은 청년들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원 은행장은 "단순히 금융협동조합에 머물지 않고 조합원을 위한 다양한 소모임과 교육도 개설, 자조조직으로 대학생들 성장을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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