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판단 안되는 與… 정치계산 바쁜 野 정치권 국민 정치변혁 요구 부응 최우선 일부 권력자 야망·부귀영화 악용 막아야

단군이래 최대규모의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통령퇴진을 외치고 있다는 것이고 이런 매머드 집회가 (신기할 정도로)평화적으로 끝나고 있는 것도 사상 처음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선 가장 시급한 의문은 이 집회가 과연 언제까지 이렇게 평화적으로 시종할 것인가의 여부다. 이건 아무도 알수 없다. 군중집회에서는 증오를 유발하는 아주 사소한 루머 한마디가 분노를 자극하여 폭동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심리학 이론이다.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는 감동적인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중집회에 순수한 애국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문제아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다만 평화집회를 바라는 절대다수에 압도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민중의 분노를 진정시킬 결과물이 빨리 나오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지금 국민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박근혜 만이 아니다. 이것도 나라냐?는 것이다. 즉 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자가 누구며 이 자들을 그냥 둘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압축하자면 기득권 세력이고 더 압축하자면 이 나라 통치를 맡은 정치권이다. 박근혜는 말 할 것도 없지만 지금 촛불시위의 현장에 자랑스러운 듯이 앞줄에 앉아 있는 정치인들 역시 이게 나라냐?는 항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상 초유의 이 거대한 분노 앞에서 정치권은 계산을 하느라고 바쁘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또는 촛불의 덕을 보기 위해서다. 청와대는 겨우 한다는 소리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뜻을 잘 살피겠다`는 정도다. 이런 소리는 `짐은 곧 국가다`라고 했던 절대군주 시대에도 나왔던 소리다. 박근혜와 가깝다는 여당의 당권파들은 `인민재판이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며 잠꼬대같은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무엇이 고장났는지 백만촛불의 온도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에서 보면 이렇게 하다가 당한 일이 수없이 많다. 프랑스혁명이나 4·19때도 비슷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게도 잃고 구럭도 잃는다는 것이 인류역사의 교훈이다. 야당은 어떤가? 어쩌다가 큰 떡이 굴러들어온 것 같기는 한데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다. 당마다 다르고 대권주자 마다 다르다.

그럼 지금 전국을 누비고 있는 백만의 함성과 분노를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 것인가? 그들은 세상을 바꿀 대개혁을 갈구하고 있다. 다만, 이것을 혁명적인 방법으로 하느냐 아니면 의회라는 대의기구에서 하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감정대로 하면 박근혜 하야는 물론이고 국회해산도 요구할 판이다. 국회는 해산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소리만 지르지 말고 빨리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정치 대개혁법을 만들어야 한다. 권력남용에 의한 축재몰수법, 모든 특권의 폐지, 정경유착차단 특별법, 부패한 정당공천제 폐지, 국회의원과 장·차관-판검사-청와대비서관 등 특권층수사 전담기구법, 국회의원의 명예직 전환, 부패의 원천 봉쇄, 국회의원 소환제, 감사원 국회이관,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운 국민투표 활성화 등등...하루 빨리 분노한 백만시민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만 하야하면 만사 오케이다? 천만에! 죽쒀서 뭣주는 꼴이 안되려면 이 참에 혁명적인 정치개혁조치가 나와야 한다. 이번 기회 놓치면 또 어느 세월에 하나.

그런데 문제는 잿밥에만 눈독을 들이는 현재의 정치권에 이걸 기대할 수 있나? 그게 문제다. 정치권이 거부하면 백만 촛불에서 하는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자면, 시민대표자들이 개혁안을 만들어 대통령과 국회의원, 정당대표들의 서명을 받아 선포하고 국회에서 이행시키는 방법이 있다. 17세기에 일어났던 영국식 명예혁명의 21세기판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거대한 역사적 에너지가 절대로 일부 정치인들의 야망이나 부귀영화에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순천향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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