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 성난민심 권력자 100만 촛불 직시 자기반성 기회로 삼아야

암울하고 분노에 찬 지난 20일이었다. 표출할 수 없는 화는 쌓여 응어리졌으며 허탈감과 자괴감 수치심으로 가득 찼다. 이에 천지 세상에 부패한 악취가 진동하여 불수의적으로 토악질이 나올 지경이었다. 만천하에 수치스럽고 미래가 없는 참담함으로 마치 지옥 같았다.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죄다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희망까지 잃어버리진 않았다. 2016년 11월 12일은 한 가닥 희미한 불빛이 창대하게 타오를 미래를 본 역사적인 날이었다. 좌절과 분노에 치를 떨면서도 100만 민중은 국기문란 범죄자들에게 한수 위의 위대함을 보여줬다. 노도와 같았지만 평화로운 질서는 각목을 든 폭력보다 훨씬 장대한 단호함과 엄중함을 보여주었다. 나는 비록 `개·돼지`일지라도 내 자손에겐 부끄럽지 않으려는 진정한 갈망이었다.

6·25 동란을 격은 70대 노인들도 눈물을 흘리며 촛불을 들었다. IMF 환란에 너나없이 금붙이를 나라에 바친 아버지 어머니도 있었다. 코너링은 필요하지 않았고, 애국심으로 전방에 자원했던 장한 아들들이 함께했다. 북한의 위협 때는 자발적으로 제대를 연기한 애국청년들도 손을 잡고 걸었다. 말을 사주지 못했지만 어머니들도 예쁜 딸의 손을 잡고 행진했다. 고사리 손을 호호 불며 아이들도 따라 걸었다. 건국 이래 이리도 많은 동포가 거리에 함께한 적은 없었다. 이들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받고 힘과 용기를 얻었다. 폭력은 필요 없었다. 사실 외침도 필요 없었지만, 새 시대를 열 희망으로 흥이 나 외쳤다. 엎어진 나라를 다시 곧추세우기 위한 국민들의 거룩한 행진이었다. 그곳에 바로 대한민국의 혼이 있었다. 이제 억지로 외면한다면 매국노다. 입에 거론하기도 싫지만, `국정농단 범죄자들이여 발아래 엎드려 석고대죄 하라!` 머리 바싹 처들었던 전 민정수석의 뻣뻣한 교만이 국민의 기세 앞에 얼마나 가소롭고 어리석었는지 곧 알게 될 것이다.

이번 민중집회는 시민궐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거사였다. 권력자들은 어리석었지만 민중은 깨어있음을 보여주었다. 나락으로 떨어진 국가신인도를 현명한 국민들이 만천하에 드높인 쾌거였다. 민중이 외치고 있는 것이 단순히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 후 죄 값을 치루는 것은 물론이고 집권여당의 냄새나는 정치인들을 단죄하겠다는 암묵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총선에 국민들이 다수로 만들어 주었던 야당 국회의원과 정치인들도 절대로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고다. 같이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고 면죄부를 받은 게 아니다. 현 정권의 국무위원들과 권력의 핵심에 있는 모든 위정자들에게 던진 메시지이며 최후통첩임을 알아야 한다. 자세를 낮추고 엄정히 수사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 국정을 쥐락펴락했던 권력자들이여! 제발 촛불집회가 단순히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만을 요구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국민들의 뜻은 나라와 민중의 안위와 민주주의 근본에 있음을 알기 바란다. 썩어빠진 정치, 정경유착, 권력의 시종이었던 검찰, 모든 부패와 비리를 규탄하고 있음을 직시하라. 촛불집회는 거국적 국민의사궐기대회며 국민들의 눈물이다.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면 모두 생업에 종사하고 세금 꼬박꼬박 내며 성실히 열심히 살아야 하는 애국심 넘치는 국민들임을 알아야 한다.

이런 집회가 있다는 것 자체를 위정자들은 부끄럽게 생각하고 자기 혁신 및 자기반성에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표출된 국민의 크나큰 애국심은 기성정치인에게 그 화살이 돌아갈 것이다. 변질되어 악취 풍기는 진보와 보수 누구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기존 정치 틀 안에 있는 모두는 공범임을 알아야 한다. 모두 청렴하고 깨끗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성장을 위해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 100만 민중이 든 촛불이 터널 같이 어두운 시기에 희망의 불꽃이 되어 찬란한 대한민국으로 인도하기를 갈망한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니스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