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홍보·강연·문화예술 융합 과학 대중화 초석 놓는 학자들 국가 미래 선도 인재 양성 기대

김숙경 한국표준과학硏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
김숙경 한국표준과학硏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
일반인들은 보통 과학을 어렵고 복잡한 학문 분야로 여긴다. 영어로 Science인데 `Sci-`는 `자르다, 파고들다, 분리해내다`라는 뜻으로 가위(scissors)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진실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눌 줄 아는 능력 또는 안으로 파고들어 필요없는 것을 분리해 내고 이상화된 지식을 남기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흔히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 몰두하느라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대중과 보다 가까워지기 위하여 언론 홍보, 대중 강연, 문화예술 분야와의 융합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 우주를 배경으로 한 과학 영화 2편이 우리나라에서 연달아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가 1030만 관객을 동원하였고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The Martian·2015)`이 488만 관객을 동원하였다. 이 2편의 성공에는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의 열연, 흥미로운 스토리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저명한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과학적 기반이 탄탄한 실감나는 영상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인터스텔라`의 자문과학자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명예교수 킵 손(Kip S. Thorne)은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론물리학자로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중력 물리와 천체 물리에 응용하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먼 은하계로 빠르게 이동하는 통로인 `웜홀` 이론을 처음 주장한 과학자로 아직 존재가 규명되지 않은 웜홀을 관객들에게 멋진 이미지로 보여주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킵 손 교수는 본인이 어릴 때부터 책과 영화를 통해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기에, 영화를 본 관객 중 일부라도 미래에 훌륭한 과학자가 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2006년부터 8년 동안 인터스텔라의 자문에 참여한 것이다.

한편 `마션`은 주인공인 과학자가 화성에서 홀로 남겨진 극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성격과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4년간 생존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호흡을 위해 화성 대기에서 산소를 분리하고, 로켓연료에 불을 붙여 물을 얻고, 냉동감자를 심고 재배하여 식량을 해결하면서 과학기술이 인류의 생존과 생활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과학자의 검증을 거쳐서 완성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대중과 가까이 하려는 과학자들의 노력과 지식 나눔은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우수한 성과를 국민들과 공유하는 `금요일에 과학터치`는 10년 이상 운영되고 있고,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대중에 과학문화를 확산하기 위하여 재능기부를 통해 과학강연을 진행하는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 모임도 있다. 여성과학자들도 대중과의 만남, 특히 미래의 꿈나무들인 청소년들과의 소통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는 2004년부터 과학탐구교실을 운영하면서 초·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여성 특유의 친근하고 부드러운 강연으로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053개교 8만 2000명에 1교 1과학자 강연을 진행하였다. 탐구교실 강연이나 실험학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마음에 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것이 미래 과학인재 양성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13년째 지속해 오고 있다.

필자도 가끔 대중 강연을 하게 되는데 학회나 국제회의에서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발표하는 것보다 일반인이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타고난 강연 능력을 가졌거나 그 분야의 대가가 아닌 다음에야 쉽게 일반인에게 감동적인 강연을 하기 어렵겠지만, 과학자들도 노력한다면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주변 연구자들의 과학 강연이 TV나 매체에 많이 소개되어 대중에게 사랑받고 존경받는 스타 과학자들이 많이 배출되고 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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