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충북을 방문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KTX세종역 건설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KTX는 속도가 생명인데 필요한 곳마다 다 서게 되면 KTX의 장점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KTX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는 충북지역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의 이날 발언은 민생탐방차 지역을 방문한 여당 대표의 인사치레성 덕담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시기적으로 별로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는 곧바로 성명서를 통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건의해 KTX세종역 건설 추진이 즉각 백지화되도록 집권여당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KTX세종역 반대 발언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KTX세종역 신설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의원과 이춘희 세종시장 등 야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고, 세종역 반대를 공식화함으로써 야세가 강한 충북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을 넓히겠다는 정치적인 노림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호남출신의 새누리당 대표로서 세종역 신설이 될 경우 정차역 증가로 인해 KTX호남선의 속도성이 저하될 것을 우려하는 호남민심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KTX세종역 건설을 두고 세종과 충북이 갈등을 겪으면서 충청권 공조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작심한 듯 KTX세종역 반대를 외친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될 수 밖에 없다. KTX세종역 신설은 얼마든지 두 지역간에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사안이다. KTX오송역과 천안아산역은 불과 28㎞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교차 정차를 통해 승객들의 KTX 이용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KTX 경부선·호남선 열차의 16.2%인 33편만 동시 정차를 할 뿐 나머지는 두 역 중 한 곳만 정차하고 있다. 세종역과 오송역 역시 교차 정차 등의 방법으로 두 지역간 상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여당 대표가 한쪽 편들어주기를 함으로써 찬물을 끼얹어 버린 셈이 되고 말았다. 여당 대표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 아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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