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은 시행착오 반복 장기적 성과 입증 전략 마련 투자 인내력 환경 개선 필요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이순석 ETRI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
누가 뭐라 해도 세상을 변화 시키는 제일은 `기술`이다. 인간의 활동을 자유롭게 하거나 도움을 주는 수많은 상품이나 서비스는 기술로부터 기인된다. 그리고 그 기술은 또 수많은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간결한 과학적 지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공학`은 상품이나 서비스와 과학적 지식을 연결하는 기술을 다룬다. 또한, 공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표현함에 있어서 여러가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다루어야 한다.

그래서 공학은 많은 보람을 수반한다. 그러나 그런 보람의 이면에 걸어 가야만 하는 고난의 길이 있다. 기술이 걸어가는 길은 마치 종이접기와 유사하다. 종이를 접으면 접을수록 접는데 드는 힘은 점점 더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냥 한 번 더 접는 것이다. 기술적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데 필요한 한계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반면에 그것에 대한 한계만족감은 지수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완성의 길에 가까이 갈수록 성과를 설명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마지막 화룡점정을 위한 투자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최근 R&D에 대한 투입대비 성과의 미진함에 대한 비판이 투자 인내력에 대한 비판임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해방 후, 50년의 압축성장은 우리나라 공학교육의 승리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남들을 뒤따라가는 시절 기술에 대한 완성도는 선진기술을 보면서 쉽게 판별할 수 있었다. 공학인들은 말이 필요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저 열심히 빠르게 뒤쫓아 가는 것이 최선의 미덕이었다. 투자의 필요성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제 세월이 흘러, 우리도 어느 듯 선두권에 섰다. 따라갈 것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그 무엇인가를 도전해야 하는 시절을 맞이 했다. 그러나 문제는 공학인들의 머리 속에 맴도는 `그 무엇`을 설명할 적절한 표현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공학교육은 그런 무형의 가치, 가상의 가치를 표현하는 훈련을 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산업사회의 관점에 젖어 있는 사회는 공학인들의 이러한 아픈 구석을 이해하는 능력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공학인들이 떠 안게 되었다. 공학의 지난함 만큼이나 공학인들에겐 지옥같은 억울한 시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아무래도 특수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공학인에게 표현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선진국으로부터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속속 개발되고 실험되어 효과를 보이고 있다. 반복적인 시행착오적 접근방법론, 애자일 방법론, 익스트림 방법론, 디자인 싱킹 등이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 먼저 해보며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관리방식에서는 애들 장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공정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당연히 거북스럽다. 그렇지만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그 효과성이 속속 입증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과감하게 새로운 방법론을 과감하게 받아 들여야 할 때다. 인내를 감수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런 대책 없이 인내를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학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피투성이의 레드오션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의 고민이 필요하다. 서비스 대체를 시도하든지, 기술의 대체를 시도하든지, 과감하게 전장을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 또한 공학인들이 찾아내야 할 과업이다. 전장을 바꾸려면 기술들의 전열정비가 필수적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시절. 그 답을 찾는 최전방에 공학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신바람이 나서 길을 찾고, 지적호기심으로 반복실험의 지루함을 이겨내고, 완성의 고통을 희열로 변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하고 결과에 대해서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공학인이 춤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학 또한 예술임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회적 격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