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제1의 가치는 건강 한국도 의료분야 AI 도입·운영 실시간 백혈병 진단·암치료 희망

김숙경 한국표준과학硏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
김숙경 한국표준과학硏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
해외에 살고 있는 지인들이 방학이나 휴가 때 한국에 잠시 들어오면 병원 순례를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본다.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편리하고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한 교수님 역시도 캐나다의 대학에서 교직을 은퇴하면 한국으로 오겠다고 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의료` 때문이라고 했다.

캐나다는 세금을 많이 내는 대신 의료비 걱정은 없지만 문제는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MRI를 찍으려면 126일, 백내장 수술은 평균 141일을 기다려야 하고 누가 내 수술을 하게 될지 환자도 의사도 모른다고 한다. 필요할 때 원하는 의사를 만날 수 있고 신속한 처방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한 명의 과학자를 고국으로 들어오게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에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26년 경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OECD에서 최근에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남자는 78.5세이고 여자는 85.1세로 앞으로 기대수명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몇 살까지 살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재보만고건실무용(財寶滿庫健失無用)이라는 말이 있다. `재물과 보물이 창고에 가득해도 건강을 잃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라는 이 말 뜻처럼 건강은 인류 제 1의 가치이다. 무병장수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인 것 같고 평소에 질병의 예방에 힘쓰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될 가까운 미래인 2022년에는 1조개의 센서를 통하여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조절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 인구의 10%가 인터넷에 연결된 의류나 시계 장비 등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헬스케어`가 우리의 생활과 미래를 바꾸고 건강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매일의 기본적인 건강관련 데이터가 축적되고 해당 데이터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 서버에 실시간으로 저장된 후 병원 등과 공유되어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초고령화 장수 시대의 의료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서 예측, 예방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금도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 의료 분야에 존재한다. 바로 의료 분야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왓슨(Watson)이다. 2011년 미국 TV쇼 제퍼디쇼에 출전하여 화제를 일으킨 IBM의 왓슨은 암 치료 영역에서 인지 컴퓨팅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실제로 미국 최고의 암센터인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과 MD 앤더슨에서는 의사가 왓슨 프로그램에 익명화된 환자의 전자 의무기록, 수술 결과, 병리 판독 결과,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입력하여 왓슨의 자문을 받는다.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Watson for Oncology`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이번 달부터 암환자 진단과 치료를 보조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 한다. 컴퓨터 의사 왓슨은 기계학습의 일종인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들이 수년간 배우고 익힌 케이스를 빠르게 따라 잡고 2백만 페이지의 의료 저널, 논문, 교과서, 연구 및 임상 시험 결과 등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백혈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협력하여 인류의 암 치료에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손을 맞잡고 있는 것이다. 딥러닝으로 인간의 영역에 도전하는 AI의 등장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회계사, 변호사, 약사 등과 같은 유망 직업군에서 인간을 위한 일자리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제 인간은 이를 마냥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컴퓨터보다 인간의 뇌가 더 잘할 수 있는 창의적 발상이나 비판적 논리 등을 더 발전시켜 인류의 발전에 당당한 주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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