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손안의 세상, 나는 '톡'안에 든 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미 삶의 일부가 됐다. SNS 속의 나는 과연 현실의 나와 얼마나 닿아 있을까. 현실에서 낯선 이와의 대화보다 SNS상의 모르는 사람과의 소통이 더 편해졌고, 그들의 좋아요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곤 한다. 현실에서는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가상의 공간에서는 하염없이 털어놓기도 하고, 그 속에서 접하는 정보들을 진실로 믿고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SNS는 자신의 삶과 정신을 온전히 투영하는 공간인가.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는 SNS 속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내용은 이렇다. 쳇바퀴 돌듯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는 차가운 도시 도쿄에서 홀로 생활하는 스물세 살의 나나미(쿠로키 하루). SNS에서 만남 남자와 결혼 약속을 한 그녀는 결혼식에 부를 친척이 없자 SNS를 통해 알게 된 남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떤 심부름이든 해 준다는 램버렐의 친구, 아무로(아야노 고)라는 이름의 남자가 섭외한 가짜 하객들 덕에 결혼식은 별 탈 없이 끝나지만, 결국 모든 것을 알게 된 시어머니 때문에 파경을 맞는다. 그렇게 갈 곳이 없는 나나미. 정처없이 헤매다가 다시 아무로에게 연락을 하고 그녀가 가야 할 길을 묻는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일들을 접하면서 점차 변화하는 나나미. 쫓겨나듯 집에서 나와 허름한 호텔의 욕실 거울에 비친 혈색 좋은 얼굴을 보고 나나미는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깨닫는다. 차가운 현실에 내던져진 듯 보이지만 그녀는 오히려 해방과 자유를 얻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로소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된다.

영화 속의 나나미는 SNS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그곳에서 얻는 정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특히 SNS를 통해 알게된 아무로라는 사람에게 나나미는 지나치게 의존한다. 나나미에게는 그는 조력자이기도 하면서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장본이자, 삶의 의미를 찾게 해주는 스승과도 같다. 아무로는 어떤 일을 할 때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복잡한 여러 일들을 깔끔하게 해결해준다. 물론 돈을 받고 말이다.

나나미와 아무로의 인연은 그녀의 SNS에 `렘버렐`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군가의 댓글이 시작이었다. 렘버렐은 아무로를 소개시켜 주며 자신이 보증한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나미는 혼잣말로 `당신이 어떻게 보증할 건데`라고 하면서도 점점 그에게 의지하게 된다. 아무로도 나나미에게 입 버릇처럼 `램버렐의 친구니까`라는 말을 반복한다. 많은 것들이 생략된 관계형성이다. 현실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는 그 사람의 외모, 말투, 직업, 나이, 성격 등을 따지면서 관계를 맺지만 SNS상에서 나나미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소개로 만난 아무로를 온전히 신뢰한다. 어쩌면 그녀에게는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SNS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금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SNS를 거부하기 보다는 가상의 세계이지만 최소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삶을 결정하자는 메시지도 보인다. 어찌됐든 SNS를 통해 만난 이로부터 나나미는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고, 함께 죽어도 좋을 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미 SNS는 가상의 공간이 아닌 현실이 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와이 슌지 감독은 이미 `러브레터`, `4월 이야기`, `하나와 앨리스` 등을 통해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감독이다. 깔끔한 영상미와 일본 특유의 잔잔한 서사 흐름이 줄곧 이어지는 영화는 마니아들에게는 호평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일본 영화가 생소한 이들에게는 외면받기 좋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영상, 극적인 반전이 있는 스토리에 길들여져 있던 관객이 이 영화를 접하면 싱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SNS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져주는 만큼 시간을 내 극장을 찾아 나나미의 삶을 엿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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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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