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불법술집 양산 부작용 청렴사회로 가는 첫단추 법 테두리 이탈 차단해야

김형곤 건양대 기초교양교육대학 교수
김형곤 건양대 기초교양교육대학 교수
케네스 데이비스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에는 미국헌법 수정까지 불러온 `금주법`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미국은 늘 복잡한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것에 골몰해왔다. 이 멋진 땅에 인디언이 웬말이냐고? 쫓아버리면 되지, 텍사스를 갖고 싶다고? 멕시코와 전쟁을 벌이는 거야. 범죄 문제? 사형 제도를 다시 도입하면 되지. 나라의 도덕적 실책은 학교 기도식에서 바로잡아주면 되고, 인종차별 문제는 학생들을 바쁘게 만들면 해결되는 것이다. 정치가들이 제시하는 해답은 늘 너무나도 간단한 것 같다. 대중이 요구하면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법률을 통과시키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광범위한 해법들이 의도한 방향대로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거창한 노력에 의한 간단한 해결은 미국이 저지른 최대의 실수이기도 했다. 미국에서 음주를 중지시킨 헌법 수정은 계획대로라면 20세기 초의 사회적 불안정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해답이 돼야만 했다. 하지만 이 헌법 수정은 복잡한 문제에는 복잡한 해결이 필요하고,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사적인 도덕성이나 습관을 다른 사람이 법률로 정하려 하는 것을 못 참는다는 사실을 일깨어준, 거대한 기념비적 사건이 되고 말았다. 의회가 발의한 헌법 수정 18조는 미국 내에서 `술의 제조, 판매, 운송`을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금주법을 두고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숭고한 동기와 원대한 목적을 지닌 위대한 사회·경제적 실험`이라고 했지만 작가 마크 트웨인은 `술 버릇을 문 뒤쪽과 은밀한 곳으로 몰아넣기만 할 뿐, 그를 교정하지도 줄이지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주법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미국 역사상 금주법만큼 공개적으로 위반한 법은 없었다. 모든 사회가 알코올을 금지하는 법을 위반했다. 금주법이 시작되고 6개월이 지나자 미국 전역에서 이른바 `스피키지(speakeasy)`로 알려진 불법술집이 수천, 수만 개가 생겨났다. 결국 금주법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이 되면서 폐지됐다.

`김영란법` 이야기다.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은 비록 부패방지법이 있고 부패방지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공정하지도 청렴하지도 못한 것에 강력한 법안을 만들어 시행하고자 했다. 여전히 일부 국회의원의 부정행위, 스폰서 검사와 벤츠 여검사 등의 일부 법조인의 부정행위, 또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향응, 금품수수, 뇌물 사건을 일으켰으나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김영란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규제하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국무회의에서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께 하는 청렴 확산 방안`을 말하고 반부패금지법 재정을 예고했다. 시간이 흘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고 시행령이 마련되고 수없는 찬반논란에도 불구하고 몇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드디어 9월 28일로 시행일이 결정됐다. 현재 이 법의 대상자와 법의 세부내용을 놓고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나는 이 법이 21세기 초 대한민국이 공정하고 청렴한 사회로 가는 위대한 첫 단추를 끼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마치 20세기 초 미국의 금주법과 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두렵다. 혹시나 당시 미국인들처럼 관행이나 미풍양속이라고 여겨 자신들의 사적인 도덕성이나 습관을 국가가 법률로 규제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너나할 것 없이 위반하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을까 두렵다. 어떻게 하면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가, 어떻게 하면 3만 원, 5만 원, 10만 원 기준에 걸리지 않는가 하는 등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위반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사람들 속에서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지혜를 빌려보자. `백성을 정치로 이끌고 형벌로 그들을 다스리면 백성은 형벌을 피하고도 반성할 줄을 모르고, 백성을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부끄러움을 알고 잘못을 바로 잡아갈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혹시 법을 위반하고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반성하지도 않을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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