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복수와 화해의 대서사시… 명작이 돌아왔다

사진제공 = 올댓시네마
사진제공 = 올댓시네마
걸작은 시대를 관통한다. 1950년대에 개봉돼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었고, 아카데미 최초 11개 부문을 석권하며 영화사의 전설로 남은 작품인 `벤허`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큰 흥미를 유발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된 영상미와 배우들의 열연 등이 더해져 개봉 8일만에 관객 100만을 넘어섰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예루살렘의 제일 가는 귀족 벤허(잭 휴스턴)는 로마군 사령관이 되어 돌아온 친구 메살라(토비 켑벨)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그의 배신으로 한 순간에 가문과 가족을 모두 잃고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5년간의 노예 생활 끝에 돌아온 벤허는 죽음을 불사하는 전차 경주를 이용해 메살라와 로마 제국에 뜨거운 복수를 다짐한다. 벤허를 따를 것을 맹세하는 사랑하는 아내 에스더(나자닌 보니아디)와 그의 복수에 조력하는 일데르임(모건 프리먼), 위대한 멘토 예수(로드리고 산토르)까지 한층 더 풍부해진 캐릭터와 함께 50년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원작에 가장 충실해진 장엄한 드라마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특유의 장대한 대서사시는 물론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전차 경주와 대형 해상 전투 장면을 더욱 웅장하고 압도적인 스케일로 담아냈다.

이 영화는 형제 같은 친구의 배신으로 가문의 몰락과 함께 한 순간에 노예로 전락한 유대인 벤허의 복수를 그린 대서사 액션 블록버스터다. 원작은 1880년 남북전쟁의 영웅인 루 월리스 장군이 쓴 소설이며 1907년 무성영화로 처음 만들어진 후 1925년, 1959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리메이크 작업이다. 원작에 강한 향수를 지닌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젊은 관객층에게는 새로운 걸작 탄생의 감동을 선사한 벤허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로 통한다.

벤허의 백미는 숨막히는 전차 경주와 해상 전투 장면이다. 특히 흙먼지가 뒤덮인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목숨을 건 전차 경주는 보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1959년 개봉 당시 전차 경주 장면은 아날로그 액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웅장한 스케일로 완성되어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지금까지도 세기의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새로운 벤허의 하이라이트 역시 벤허와 메살라가 최후의 대결을 펼치는 전차 경주 장면이다. 배우들은 직접 전차 위에 올라 몸을 불사르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고, 말과 전차가 어우러져 경기장을 누비는 모습은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사실감 넘치는 화면을 만들어냈다.

2000년 전 로마 제국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데에는 단연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 스토리 덕분이다. 세월이 흘러도 전혀 퇴색되지 않는 배신과 복수, 용서와 구원의 메시지는 여전히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관객들의 마음 속에 깊이 박혀 있다. 특히 배신으로 인한 분노와 증오, 용서 사이에서 고뇌하는 벤허의 인간적인 모습과 권력에 대한 욕심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메살라의 모습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은 시대불변의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배우들 또한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쳐 눈길을 끈다.

다만 전작이 4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인물의 세밀한 묘사와 극적인 전개 등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다면 123분으로 줄어든 이번 벤허에서는 서사 부분이 간추려져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가 급박하게 전개된다는 느낌을 우선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전작과 달리 예수의 모습이 등장하고 원수를 용서하는 새로운 모습이 연출되지만 원작보다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아내기에는 영화의 러닝타임이 짧은 느낌이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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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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