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대전 실종 여대생 박모양과 남자친구 최모씨의 신병을 어제 낮 전남 여수시에서 확보함에 따라 사건 발생 11일 만에 종결됐다. 경찰 확인 결과 박양은 본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지난 12일 이후 집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그동안 최씨와 함께 도피성 생활을 했다고 한다. 두 젊은 남녀가 임의로 가출을 결행한 것이 의혹을 증폭시킨 드문 사례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가출 및 미귀가를 결행할 절박한 사연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다.

박양 사건은 종적을 감춘 두 남녀와 이들의 뒤를 쫓는 경찰 탐문 및 행적 수사와의 싸움이었다 할 수 있다. 만일 박양이 부모 동의나 허락을 받고 나갔다면 이에 경찰 공권력이 개입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 박양의 미귀가 상황이 길어지자 박양 가족이 사실상 실종으로 보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시민들 도움을 요청하면서 사건이 증폭됐다. 관할 대전서부경찰도 비슷한 시기에 박양 실종 사건에 대해 범죄 용의점을 두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찰 입장에선 갑자기 종적을 감춘 박양과 남자친구의 소재를 파악하는 일이 난감했을 법하다. 두 남녀의 동반 도피 심증은 가지만 이런 모호한사건의 경우 수위를 조절하기가 까다롭다. 그런 사정을 감안할 때 경찰의 초동 대응이 긴요하고 수사방향 설정도 기만해야 한다. 여기서 헷갈리면 헛심만 쓰게 되는 꼴임은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박양 사건이 예상외로 빨리 종지부를 찍게 된 데에는 전담수사에 나선 관할 경찰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특히 심리전 측면에서 경찰은 박양과 남자친구 두 사람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최씨가 공중전화로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는데, 이는 자신의 소재지나 좌표를 드러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백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이번과 같은 실종사건에 대응하는 관할 경찰의 수사 집중력은 평가할 만한 요소다. 박양 소재불명이 더 길어졌으면 대전경찰청 수준에서 많은 경찰력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런 손실을 입지 않고 무사귀가로 결론 남으로써 관할 경찰은 밥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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