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14호인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 그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3개의 고분이 발견됐다. 또한 기록상에 있는 무덤 4기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고, 그 가운데 2기가 왕릉급 고분으로 추정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문화재청과 부여군이 능산리 고분군 서쪽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불과 2개월간의 짧은 공동조사에서 봉분의 모양, 호석, 석실이 전체적으로 잘 남아 있는 사료적 가치가 높은 발굴성과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실로 기적같은 일이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백제 왕릉의 축조기법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대단한 성과이지만 무령왕릉 이후 백제의 왕릉급 무덤을 발굴한 것이 처음인데다 추가로 발견한 무덤 3기도 왕릉급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학계가 흥분하고 있다.

능산리 고분군은 진흙 속의 진주 같은 존재다. 일제 강점기인 1915년부터 1937년 사이에 일본 학자에 의해 세 차례 조사가 이루어졌고, 도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100년이 지난 시점에 또다시 3개의 고분이 추가로 발견됐다는 것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굴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1993년에 능산리고분군의 한 진흙 수로에서 백제시대의 공예와 미술문화, 종교와 사상, 제작 기술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국보 제287호 백제 금동대향로가 발견된 것처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추가발굴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백제 능산리 고분군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백제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이 우리만의 문화가 아닌 세계가 나서서 보호할 문화임이 입증된 것이다. 이번에 능산리고분군의 발굴성과가 1500년동안 잠자고 있던 백제문화의 역사성을 새롭게 깨운 계기가 된 만큼 백제역사유적지구 내 고분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추가발굴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백제문화가 신라문화에 비해 저평가되면서 학술적인 연구와 발굴조사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발굴을 계기로 신라문화에 결코 뒤지지 않는 찬란한 백제문화에 대한 학술적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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