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강수량 저조속 갈수록 피해 확산 수자원 통합관리·사용 억제·기반시설 확충 비올 때만 기다리지 말고 항구적 대책 필요

가을가뭄이 걱정이다. 충주와 부여의 8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10% 수준이며,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평년의 32% 수준으로 전국적으로 농업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도 평년의 50% 수준이다. 대체로 추석을 전후로 3-4 개정도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줘 그 중 1-2개가 많은 비를 공급했지만 지난해처럼 태풍이 없을 경우 내년 초에는 농업용수는 물론 전국적으로 생활·공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뭄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2012년 경기·충남과 호남지역에 104년만의 가장 큰 가뭄이 발생한 이래 2013년에는 경남과 제주, 2014년에는 강원·경기·충청 일부지역에 농업가뭄이 심각하게 발생됐다. 2015년에는 충남 서북부지역의 농업가뭄은 물론 보령호 권역 생활·공업용수 부족으로 제한급수가 불가피했고, 금강물을 보령댐으로 도수하는 유역변경 사업을 시행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캘리포니아의 5년 연속 극한가뭄으로 많은 지역에서 농업을 포기했고, 지난해 가을까지 장기간 통제할 수 없는 산불이 발생돼 여의도 면적의 11배를 불태워버렸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것은 약 10년 전부터이며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현상들이 전 지구적으로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에 따르면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기온 상승폭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의 변화보다 최근에는 20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산업화에 의한 화석연료 사용량의 증가와 에너지의 절대 사용량 증가로 온실가스가 증가한데다 온실효과로 지구표면의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가뭄, 홍수는 물론 폭염과 폭설, 산불에 이어 사막화가 증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식량부족, 온열질환, 전염병의 증가는 물론 지역적으로는 분쟁이 심화되어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가뭄이 지속되고 있으며 기상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으로 20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해수온도가 상승해 콜레라, 말라리아 환자가 증가했다. 아울러 아열대성 외래 해충이 유입되어 과수 및 농작물 피해를 유발하기도 했다. 문제는 비올 때만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물 절약과 같은 수요관리를 통해 가뭄에 적응하는 교육과 홍보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항구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부존 수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 현재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 지자체 등으로 분산돼 있는 수자원관리 기능을 필요에 따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는 정부부처마다 수자원관리 책무가 다르기 때문에 생활·공업용수, 농업용수, 생태·환경용수, 하천유지용수 등 다양한 목적에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없다. 또 지자체간 갈등으로 유역간 이동이 어렵고 용도 변경시 발생하는 비용 산정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현재 부여지역은 수자원공사의 보령댐 도수로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시작해 다행이지만 비용부담에 대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둘째, 무분별한 수자원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현재 무차별적으로 농업용 관정을 파서 비상대응을 하고 있다. 또 겨울철 농업용 비닐하우스의 난방을 위해 엄청난 심층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지만 절제돼야 하며, 관수농법 등 물사용이 적은 재배방법과 작물 선정이 필요하다. 농업용수의 경우 낮은 농업용 전기요금을 제외하면 물값은 공짜이며, 공업용수나 생활용수의 경우에도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공공재로서 외국에 비하여 싸기 때문에 `물 쓰듯` 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 사용량을 줄이도록 생산방식도 변경하고 장기적으로 산업구조도 바꿀 필요가 있다. 생활용수도 사용량을 줄이고 재사용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수자원 기반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저수지 준설, 제방증고, 유역내 저수능력제고 사업은 물론 지역의 여건상 부존 수자원의 불균형으로 불가피하게 타 유역으로부터 가져와야 하는 경우가 있다. 댐 건설에 의한 수자원 확보나 유역간 이동은 환경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으며 시설확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해 사전예방적으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 태풍이나 홍수와 달리 가뭄재해는 인재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비 올 때만 기다리지 말고 준비하자.

대전교총 회장·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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