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귀신범은 어제 저녁 만주땅에서 이쪽으로 건너왔어."

나룻터의 백 영감은 말했다.귀신범은 아직 얼지않고있던 강물에 들어가 물흐름에 저항하지않게 조용하게 하류쪽으로 비스듬이 떠내려가듯 강을 건너갔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놈은 나루터가 있는 곳에서 한참 하류쪽에서 모래밭에 올라왔는데 그대로 가지 않았다.

그때 열 서너 마리나 되는 사슴떼들도 강을 건너와 모래밭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는데 귀신범은 사슴들에게는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

귀신범은 모래밭에서 다시 상류쪽으로 걸어와 백 영감의 오두막집까지 왔다. 사슴에는 흥미가 없지만 사람에게는 흥미가 있는 것 같았다. 놈은 사람을 단골먹이로 삼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나루터에는 강을 오고갈 사람들이 없었기 때문에 희생자는 없었다. 귀신범은 나루터 주위를 돌아다니다가 남쪽으로 내려갔다. 이제 추위를 피해 남쪽 조선땅에 내려가 먹이를 찾을 것 같았다. 놈은 개마고원을 지나 태백산맥의 산줄기를 타고 강원도로 내려가 태백산맥을 타고 멀리 경상도까지 내려 갈 것이라고 윤 포수는 말했다.

윤 포수 일행도 다음날 새벽 다시 놈의 발자국을 추적했다. 함경도 무산에서 추적을 시작하여 극동만주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돌아온 셈이었다.

윤 포수 일행은 아직도 귀신범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발자국 추적은 범을 집요하게 추적하여 범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게 만들어 범이 지치게 만들어 놓고 놈의 반격을 유도하는 사냥법이었다. 지친 범이 더 이상 도망가지않고 반격을 하도록 만들어놓고 사살하려는 것이 사냥꾼들의 계획이었는데 귀신범에게는 그게 통하지않았다.광대한 만주땅에서는 귀신범은 도망가면서도 쉽게 먹이를 구했고 쉬기도 하고 잠도 잤다. 어리석은 만주의 중국인들이 범을 산신령의 화신(化身)이라고 우러러 보면서 그를 보호해주고 먹이도 제공해주었다. 심지어 살아 있는 사람도 먹이로 제공해주었다.

하긴 귀신범은 잡기가 어려운 범이었다. 놈은 사람을 단골 먹이로 삼고 있는 늙은 암범이었으며 사람을 너무나 잘 알고 그 약점을 이용하고 있었다.

사실 그런 사람을 전문으로 잡아먹는 범에게는 사람이란 잡기가 쉬운 사냥감이었다. 사람은 힘도 약했고 움직임도 느렸다. 시력도 약했고 밤에는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청각도 후각도 약했으며 특히 후각은 거의 작용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공격하기도 좋은 먹잇감이었다. 시각도 청각도 약한 사람은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접근이 되면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앞발로 머리를 쳐 쓰러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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