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휴가기간 동안 SNS에서 따뜻한 에피소드를 접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길 한복판에 폐지가 가득한 리어카를 힘겹게 끄는 노인 옆에서 우산을 씌워드리고 함께 가는 어느 여성의 모습이었다. 목적지까지 비를 맞으며 모시고 간 후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아 저녁을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상실감에 젖어있는 추운 계절에 마음의 온도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나날이 눈부시게 기술이 발전하고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과 반비례로 인간관계는 단절되고 따뜻한 마음을 잃어가는 요즘에 보기 드문 장면
한파가 맹수처럼 한반도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대지 위의 웅덩이와 강은 죄다 얼고, 삭풍은 빈 나뭇가지를 붙들고 울어댄다. 나는 옷을 껴입고 올해의 마지막 일몰을 보러 임진강변으로 나섰다. 저 아래 평지는 월동을 위해 몽골에서 날아온 독수리 도래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강 이쪽은 평야, 강 너머는 북녘 마을이다. 북녘에서 흘러온 물은 평야와 북쪽 마을 사이를 돌아 서해 쪽으로 무심히 흘러간다.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흘러라!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동지도 지나고 한 해의 끝에 닿는다. 지금은 떠들썩한 소란보다는 고요 속에 머물며 한
강서구청장 보선 후 국민여론은 선거 전의 양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대통령 지지율은 보선 다음 주 8개의 여론조사에서 평균 31.6%까지 떨어진다.그후 대통령 지지율은 평균 35.4%(12개 조사) 35.5%(9개)로 보선 전주의 평균 37%에 접근한다.지난주 갤럽조사 역시 보선 직후에는 갤럽조사 기준 6월 이후 최저치 30%로 떨어졌다가 보선 후 33% 34% 36%로 상승한다.윤 대통령의 중동순방과 박정희 추도식 참여 그리고 박근혜 면담 등이 결정적으로 보인다.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중 32%가 뽑은 '외교'성과가 핵심이다.지난
맹종죽은 가장 굵은 대나무의 한 종류다. 높이 10~20m, 지름 20cm까지 자란다. 원뿔 모양으로 솟아난 죽순은 직경이 15cm 정도로 다른 종에 비해 크고 굵다. 딱딱한 밑동을 잘라낸 뒤 껍질을 벗기면 흔히 볼 수 있는 계단 모양의 깨끗한 속만 남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제시 하청면에서 처음 재배됐다.맹종죽은 중국 강남에서 많이 자란다 하여 '강남죽(江南竹)', 죽순을 먹기 위해 재배한다고 해서 '죽순대'라고도 불린다.'맹종죽'이라는 이름은 중국 고사 맹종읍죽(孟宗泣竹)에서 비롯된 이름이다.맹종은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사람이다.
어느 선거일에, 나는 투표소 앞 긴 줄 안에 서 있었다. 하루 종일 줄은 길었고, 코로나의 끝물이라서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남들처럼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아 지루함을 이기며 서있었는데, 문득 투표 진행을 돕는 참관인이 도움을 청했다."107세 유권자가 오셨습니다. 차례를 양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거기에 나 아닌 누구라도 이런 양보를 거절할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표정과 몸짓으로 기꺼움을 최대한 드러내보이며,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하러 오신 107세 유권자를 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한 어르신을 보고 나는 내가 뻔하고 고루한 선입
대전 유성구가 진잠근린공원을 재단장했다.진잠근린공원은 조성된 지 20여 년 이상이 넘어 노후 산책로, 편의시설(퍼걸러 등) 미흡 등이 미흡해 시설 개선 요구가 지속돼 왔다.이에 구는 특별조정교부금 3억 원을 들여 노후 산책로 동선 조정 및 재포장, 노후된 퍼걸러 등 편의시설 재설치, 생육불량 수목 제거·신규식재 등을 추진하여 거점 공원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재단장했다.특히 상반기에는 주민커뮤니티공간(대형 퍼걸러) 조성사업을 추진하여 공원 기능이 최적의 상태가 되도록 유지·관리할 예정이다.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지역주민 숙원인 진잠근
인간의 생애가 기적적으로 길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꼬바기 반평생을 흘려보낸 지금에야 깨달았으니, 나에게 '효율'이란 얄궂게도 효율을 가장 깎아먹는 구호였다. 동선과 시간을 생각해서 효율적으로 일하기는 나에게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목표였다. 예를 들어 나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한다. '오늘은 잡동사니들을 담아둔 주방 서랍 세 개를 정리하자. 먼저 커피 한잔 마시고.'물을 끓이려고 보면 주전자는 싱크대의 가장 더러운 설거지거리들 아래에 파묻혀있다. 그 다음 단계는 이렇게 된다. '설거지 먼저 해야겠군.' 하지만 커다란 곰
봄을 시샘하듯 찬 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는 따뜻한 두부전골 또는 순두부찌개 한 그릇이 떠오른다. 두부 중 전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강릉초당두부'는 강릉시 초당동에서 탄생한 팔도 명물이다. ■초당두부의 유래'초당(草堂)'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성리학자였던 허엽(許曄·1517~1580)의 호다. 허엽은 여류시인 허난설헌과 '홍길동전' 작가 허균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가 강릉부사로 재임할 때 탄생한 게 바로 초당두부였다. 예부터 서민들은 두부를 만들어 먹었지만 소금기가 없어 맛이 좀 싱거웠다고 한다. 강릉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바
통일신라 말기, 풍수학의 대가로 알려진 도선 국사는 광양 옥룡사에서 참선 중이었다. 오랜 수행 후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무릎이 펴지지 않았고, 옆에 있던 나뭇가지를 잡던 도중 가지가 부러지고 말았다. 부러진 나무에선 수액이 흘러나왔고 그것을 마신 도선은 신기하게도 무릎이 쉽게 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후 수액을 '뼈에 이로운 물'이란 뜻의 '골리수(骨利水)'라 불렀고, 그 말이 변해서 '고로쇠'가 됐다. ■ 자연이 허락한 나무의 선물 강원도 홍천군과 접경하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이곳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청송사과'라는 이름이 브랜드가 된 지는 오래됐다. 10년 넘게 대한민국 사과 시세의 기준이 된 청송사과는 맛과 품질, 가격 등 전국 모든 사과 중 가장 우위에 있다. 청송사과의 가격이 선두에 서고 나머지 사과들의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전국 사과농가들은 청송사과 첫 경매가 일년 농사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짝퉁 '청송사과'가 곳곳에 널려있다. 경북을 넘어 수도권은 물론 전라도를 가더라도 청송사과가 판매될 정도다. 하지만 청송사과는 맛과 품질 이 특출나기 때문에 한번 맛을 본 사람은 진짜 '청송사과'와 구분을 할 수가 있
전북에 가면 옛날옛적 삼국시대부터 불렸던 '그리운 임이 사는 곳 임실(任實)'이 있다. 조상 대대로 척박한 농토를 일궈 풀칠로 연명하던 곳인데, 요즘 이곳에서 생산되는 '치즈'라는 서양 음식 하나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59년 전인 1964년, 파란 눈동자의 서양인 신부가 임실지역 주민들의 '구세주'로 나타나면서 '부촌'으로 변모했다. 산양 2마리로 시작됐던 '임실 치즈'의 파란만장한 60년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고 '치즈'하면 임실이라는 브랜드 명사가 창출된 것이다. ◇천사로 다가온 지정환 신부=우리나라가 낙농업을 시작한 해는
이 엄동설한에 그 고양이는 어디에서 긴 밤을 떨며 견디고 있을까? 문득 아침마다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 걱정이 든다. 어느 날 학당 앞에서 배고픈 표정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어, 먹이를 사서 몇 번 주었을 뿐인데, 이 추위에 얼어 죽지는 않았을까 괜한 걱정이 드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나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그 고양이가 오늘밤을 무사히 견뎌내고 아침에 먹이를 먹으러 와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무엇일까? 공자는 그것을 사랑(愛)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면 그가 살기를 바란다(愛之欲其生, 애지욕기생).' 의 짤막한 이 구절
토하(土蝦)는 말그대로 흙새우다. 1급수의 청정 민물에서 다 자라봐야 3cm 정도인 갈색의 이 새우는 주로 젓을 담가 먹는다. 우선 토하를 잘게 다진 후 천일염으로 염장한다. 숙성 과정을 거친 뒤 고춧가루·마늘·생강 등 갖은 양념에 찹쌀죽을 넣으면 비로소 토하젓이 완성된다.토하젓은 예로부터 고급 식재료였다. 남도한정식에도 종지그릇에 작은 티스푼 한 숟가락 정도가 놓인다. 밥 위에 올려 쓱 비벼 입에 넣으면 오돌토돌 씹히는 민물새우의 달콤·고소함과 양념의 짭짜름한 맛이 입안에서 섞이며 탄식이 나올 정도다."맛나기로는 젓 중에 제일이오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의 방어잡이 어선들은 새벽에 자리돔을 우선 잡는다. 어창 물간에 자리돔을 풀어놓고, 외줄낚시로 해저 60m 아래 거센 물살을 헤치고 다니는 방어를 잡아 올린다. 밤사이 채낚이로 잡아 올리는 방어는 1m에 달하는 것도 부지기수다. 무게만도 7㎏에 달한다. 새벽 모슬포항으로 들어온 어선마다 잡아 올린 방어를 가두리에 풀어 놓는다. 오전 10시 경매에 들어간다.국토 최남단 서귀포시 마라도의 거센 물살을 헤치며 '방어'가 돌아왔다.▲마라도 방어가 돌아왔다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러시아 연안지방 극동에 있는 캄차카반도에서
포항의 겨울은 과메기다. 또 과메기냐고 타박을 줘도 어쩔 수 없다. 포항 어디를 가더라도 해안가마다 장대 가득 널려있는 과메기가 겨울바다처럼 반짝인다. 양껏 기름을 머금은 비릿한 향기는 해가 지기 전부터 술을 부르는 복병이다.옛날 포항지역민들만의 애장품이었던 과메기는 이제 백화점이며 대형마트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충 20여년 전부터 오히려 타지역 사람들이 겨울철이면 먼저 과메기의 안부(?)를 묻는 듯하다. 그래서 포항 사는 사람들은 요맘때쯤이면 오랜만에 연락 끊긴 친구들의 전화를 받게 된다. 덕분에 전국 각지 선물을
지리산 산청곶감은 우수한 품질로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지난 2010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산청곶감의 오랜 전통과 품질에 감탄했다는 내용의 서한문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엘리자베스 여왕이 감명받은 산청곶감의 역사는 올해로 수령 639년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령 고종시나무에서 시작된다.단성면 남사예담촌에 있는 이 나무는 조선 세종 때 영의정을 지낸 하연(1376~1453, 진주하씨 사직공파 문효공)이 7세(1383년) 때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문효공이 어머니에게 홍시를 드리기 위해 심은 '효심목(孝心木)'으로
전라북도 김제 특미인 친환경 '지평선 쌀'이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쌀로 주목받고 있다.김제시는 쌀재배단지 계약 농가들을 대상으로 '지평선 쌀'로 공동브랜드화 했으며, 농가들은 과학 영농과 토양 개량으로 우수한 쌀 품질을 위해 노력해 왔다.유통과정도 철저히 하고 있다. 금만과 공덕농협,김제농협과 서김제농협 쌀 조합 공동사업법인, 이택 영농조합법인 등 생산 RPC 5곳에서 점검해 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 체계도 확고히 하고 있는데, 이같은 노력들이 맺은 결실이라는 평이 나온다.그동안 김제시는 지평선 쌀 품질 개량과 제값 받기 운동을
화요일마다 열리는 함평우시장은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남 대표 가축시장이다.'함평 큰소장이 전남의 소값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함평 송아지는 일반 송아지보다 수십만원 높게 낙찰된다.함평우시장은 1903년 함평 오일장(2일·7일)과 함께 문 열었다. 함평 소의 유명세 덕에 전국에서 좋은 소를 사기 위한 인파가 함평으로 몰려들면서 자연스럽게 우시장이 섰다.함평 한우 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덕에 함평우시장은 5년 전 현대식 최첨단 우시장으로 전면 재개장했다. 함평우시장은 지난 2017년 함평군 학교면 1만7648㎡(5339평)
포천시에 들어서면 특이한 거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가로수길 하면 흔히 플라타너스나 벚꽃을 떠올리지만 포천에는 '포도나무 가로수 길'이 있다.도로 양옆으로 쭉 늘어선 포도나무가 신기해 저절로 시선이 가게 된다. 한적한 농촌 마을이 자리한 포천시 가산면에서는 포도나무 가로수길을 2010년부터 가꿔오고 있다.이곳은 포천의 포도 주산지로 8~9월이면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열려 마을이 온통 포도로 물든다. 이 무렵부터 이곳의 포도밭은 포도 상자를 전국으로 실어 나를 트럭들로 붐비기 시작한다.포천에서 포도가 열리는 지역은 이곳만이 아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과육에 누구나 좋아하는 키위는 영양성분도 빼어나다. 비타민C를 비롯해 마그네슘, 칼슘, 엽산 등 영양성분이 많아 면역기능을 높이고 항암, 혈당조절은 물론 기분전환과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빨갛고 노랗고 초록으로 고운 빛깔은 선택의 즐거움을 더 한다.몇 년 전부터 감귤류에 이어 제주에서 제2의 소득 과수로 '키위'가 급부상하고 있다.제주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빠른 9월 레드키위를 시작으로 10월 골드키위, 11월 그린키위까지 순차적으로 10여 종의 고품질 키위가 생산·출하된다.제주의 온난한 기후조건과 물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