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문제점 지적 "구체적 기준 제시 필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권선택 대전시장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현행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일반적이고 추상적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또 다수의 판결들은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국민의 정치활동을 위축시키고 선별적·자의적인 법적용을 초래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선거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법원의 판단이 있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을 경우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파기환송을 하는 판단을 내리기는 했지만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의 경우 또 다시 재판부에 따라 견해를 달리 할 수도 있다.

또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경계가 모호하면 객관적 기준이 없이 검찰과 경찰이 단속을 할 수 있어, 정치신인이 정치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정치활동의 자유가 폭 넓게 보장될 수도 없다. 이와 함께 현재의 공직선거법은 금지규정 형태만 있을 뿐 허용되는 기준이 없다는 것도 개정의 이유다.

이는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제시한 '선거운동의 의미에 대한 엄격해석'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데, 허용되는 기준을 제시하면 금지규정의 확대해석을 막을 수 있다.

지역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로 입법론까지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은 있다"며 "공직선거법은 단속기준만 있고 허용되는 기준은 없다. 객관적인 기준 없이 단속을 시작하면 정치신인은 접근할 수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판결로 선거운동이 무엇이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고 선거운동이 정치활동과 구분되는 징표가 필요하다"며 "명확한 기준을 기반으로 정치인이 하는 활동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예측가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의의에 대해 "이번 판결에 따라 규제의 대상인 선거운동에 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에 따라 정치활동의 자유가 폭 넓게 보장되고 국민의 의사를 선거에 반영할 수 있게 해 정치인의 정치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어 "50여 년 동안 이어온 규제 중심의 선거문화에서 탈피해 선진적인 정치문화의 시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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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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