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정원·온천·식당 등 연계 추진 시민중심 관광자원 개발 상품화 충청 콘텐츠 융합 경쟁력 키워야

지금부터 약 30-40여 년 전에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던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들이 겪은 일이다. 대부분 유학생들은 가난했고 따라서 대충 약 500달러에서 1000달러짜리 중고 자동차를 사서 타고 다녔다. 지금으로 치면 우리 돈으로 50만 원에서 백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이렇게 싼 중고차를 샀으니 자주 고장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고장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하는 것만이 문제였다. 대체로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정비소로 찾아갔다. 그 당시 정비소에 가는 것을 미케닉(mechanic)에게 간다라고 표현하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당시는 자동차의 대부분이 기계적인 부품으로 만들어 있어서 미케닉이라는 말이 적확하게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자동차는 상당히 많은 부품들이 기계적인 부품이 아니라 전자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고장이 나면 이제 미케닉에게 간다는 표현이 반드시 맞는 말이 아닐 수 있다.

이처럼 분야가 어떻게 되든 필요한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선택되고 합쳐져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가 되었다. 바로 융합의 시대가 된 것이다. 요새는 일차 산업인 농업과 어업, 그리고 임업 등에서도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은 융합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융합을 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그러한 시대가 온 것이다. 한 곳만 천착을 하다가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옆으로 외연을 넓혀 다른 것과 합치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 홋카이도라는 일본 열도의 가장 북쪽에 있는 섬에 다녀왔다. 홋카이도 가든 쇼가 열리는 숲의 정원들을 생명의 숲이라는 시민단체가 주선해서 다녀왔다. 숲의 정원들은 모두 홋카이도 섬의 중앙에 있는 다이세츠 산의 주변에 있었다. 홋카이도는 크기가 약 8만 평방킬로미터로 우리나라의 80% 정도이다. 그런데 인구는 540만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10만 평방킬로미터에 약 50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그 밀도는 우리의 7, 8분의 1 밖에 안 된다. 주로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농업을 하더라도 특화된 농업을 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다른 것과 융합해서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숲과 정원과 온천과 유명한 식당을 합치고 주변의 자연 경관과 더불어 가든 쇼라는 독특한 형태의 관광 상품을 만들어 내었다.

홋카이도는 춥고 눈이 많은 곳이다. 1972년에 동계 올림픽이 열렸고 맥주와 라면으로 유명한 삿포로 시가 이 섬에 있다. 1995년에 이 지방 신문사가 보유하고 있던 400 헥타르 (약 1백 2십만 평)의 토지를 숲의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하면서 홋카이도 가든 쇼의 효시인 천년의 숲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정부의 도움 없이 이 섬에 사는 120명의 개인 정원 소유자들이 모여서 시작된 시민운동이라는 데 있다. 그리고 이 홋카이도 가든 쇼의 융합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각 정원들이 나름대로 고유의 특징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서로 보완 작용을 하고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대전과 주변의 충청, 그리고 세종 시에도 많은 관광 자원이 있다. 온천도 있고, 숲도 있고, 정원도 있고, 역사와 이야기도 있다.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호수도 있다. 과학기술도 있고 예술과 문화도 있다. 정책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산림청도 대전에 있다. 문제는 어떻게 이들을 모아 융합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서 가장 먼저 국제화되고 경쟁력이 있는 것이 비빔밥이다. 일정한 재료들을 누가 어떻게 비비느냐에 따라서 맛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그러나 스스로 음식을 만드는데 참여한다는 자부심도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요즈음은 모두가 자가용을 가지고 있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만 하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융합을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초빙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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