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에 관대한 법·정의 잣대 고위직 범죄 포착 시스템 구축 시민 감시·윤리의식 강화 필요

2012년 10억 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한 부장검사, 그는 비리 백화점이라 불리며 징역 7년을 선고 받았다. 그로부터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2016년, 사람만 달라졌지 상황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또 다시 고위공무원이 개입된 뇌물금품 사건이 언론을 시끄럽게 달구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 그리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건 말이다. 100억 원이 넘게 오고갔다고 하는데, 시민들은 의외로 조용하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터졌을 때 보여주던 집단적 고민과 반성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기본적인 두 가지 질문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첫째는 `범죄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고, 둘째는 `무엇이 중한 범죄인가?`이다. 갈등 범죄학자 리챠드 퀴니(Richard Quinney)에 의하면 사회의 지배집단이 범죄를 정의한다. 범죄는 그들의 눈에 비친 남들의 비정상행동인 것이다. 때문에 법은 지배권력 옆에 가까이 있다. 이러한 갈등론적 프리즘으로 본다면 고위공무원과 검사장이 연루된 금전적 비리 범죄가 잘 포착되지 않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범죄는 왜 우리의 흥분을 사지 못하는가? 아마도 퀴니는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법이 우리 일상의 범죄를 더욱 위협적인 것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사회가 어떠한 행위를 비난하고 위협적으로 바라보는지 살펴보면 그 사회의 권력집단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에 의한 범죄와 재벌경제인에 의한 범죄를 적용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수많은 고위공무원이 뇌물과 비리로 언론의 사회면을 장식하였지만 제대로 기억나는 이름 석 자 있는가? 4년 전 비리백화점이라 비난받고 7년의 형을 선고받은 그 부장검사 이름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조두순은 출소날짜까지 알려주며 두려움을 공유하기도 한다.

법은 범죄를 정의하는 단계에서부터 정의와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는 범죄학자 퀴니와, 정의는 우리의 편이라고 기대하는 시민들의 관점에는 사실 엄청난 온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법이 권력이 아닌 시민과 가깝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시민들의 목소리이다. 무슨 목소리를 낼 것인가? 현재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5억 원이 넘는 공무원 뇌물수수죄는 최소 7년 이상이라는 중한 형을 선고하게 된다. 때문에 단순히 엄중하게 처벌해달라는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바로 고위공무원들의 범죄를 잘 포착하는 시스템과 포착하려는 의지이다.

그리고 시민의 목소리에는 이 시스템과 의지를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구가 포함되어야 한다. 구체적 요구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와 관련한 한 일화가 있다. 2011년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마약범죄 총회에서 한국대표로 참가한 한 검사가 한국의 법조인 윤리에 관한 주제 발표를 했다. 그에게 던져진 "한국 법조계가 특별히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가, 윤리성을 강제하는 교육이나 장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냥 원래 그렇다. 그런 사람들이 법을 공부하는 것이다"라고 응답하였다. 그는 틀렸다. 원래 윤리적인 사람도, 원래 아는 사람도 없다. 많은 범죄자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대부분 소외받은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통해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그들의 준법의식이 조금 더 낮다는 것이다. 그들에겐 교육도 없었고 행동을 고쳐주는 이도 없었다. 엘리트 교육과정을 거친 검사장과 민정수석도 다를 바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가 기대하는 준법의식과 윤리성의 수준을 높여야 범죄도 잘 포착하고 그들도 우리 사회도 변화할 수 있다.

고위공직자들의 비위, 그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기울어져 있는 법이 심판하게 방관해서는 안 된다. 시민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 목소리에는 처벌의 요구만이 아닌 범죄의 경중에 대한 재정립, 그리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함께 담겨야 한다. 또 다시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처벌이 아닌 우리와 우리 사회를 위한 심판이길 바란다면 말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