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연구진' 마음속 긍지 세계 과학자·선진기술과 경쟁 자율연구환경 조성 뒷받침 필요

김숙경 한국표준과학硏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
김숙경 한국표준과학硏 삶의질측정표준본부장
국제올림픽위원회 출범 122년 만에 최초로 남미 대륙에서 개최되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8월 5일부터 17일간 200개가 넘는 국가의 선수들이 42개 종목에서 306개의 금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치르게 된다.

올림픽은 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선수로 참가하는 `측정올림픽`도 있다. 각 국의 측정표준 대표기관들은 매년 20여 개 종목의 올림픽과 같은 국제비교(KC)에 참가한다. 국제비교는 각 나라 측정능력의 동등성을 확보하기 위한 비교 시험으로 측정 종목 및 방법은 과학자들의 회의에서 제안하여 결정된다. 보통 제안을 한 나라는 시합에 참여함과 동시에 심판 역할을 한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길이와 질량의 단위를 통일하기 위하여 1875년 최초의 국제협약인 미터조약을 체결하였으며 효율적인 이행을 위한 국제기구로 국제도량형위원회가 설립되었다. 1999년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각 국의 측정표준을 상호 인정하는 협약을 맺었으며 국제비교 결과 데이터베이스 등재를 통해 측정능력을 입증 받게 된다. 이를 통해 국제교역, 상거래, 환경보호 등에서 수출국에서 실시한 시험성적서가 수입국에서 그대로 인정되므로 시간적,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One standard, One test, accepted Everywhere` 정신이 실현되고 있다.

한국은 현재까지 국제비교 누적 참여횟수로는 세계 6위이며 심판과 참여를 동시에 하는 누적 주관횟수는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측정과학 기술이 세계에서 신뢰성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것이며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 측정표준대표기관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 한국은 국제비교를 통해 우수한 측정기술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가지고 개발도상국의 측정표준 인력을 초청해 기술연수를 실시한다. 또한 식품, 환경, 에너지 등 개발도상국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기술적 지원을 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측정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이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다.

국제비교에 참가하는 과학자들은 나라를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시합에 참여하고 그 결과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 긍지와 자부심은 측정과학의 발전을 선도한다. 결국 물질적 보상이 동반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연구가 신뢰를 얻고 있음을 느끼고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때 과학자는 발전한다. 모든 정부출연연구소나 기업, 대학의 연구원들은 오늘도 스스로가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세계의 과학자들과 경쟁하고 있다. 과학자들의 특성을 조사하고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자율적인 연구 환경에서 고도의 기술개발을 통해 자아성취를 이룬다고 한다. 한편 외부 환경에 의하여 연구가 좌지우지되거나 정부의 정책을 위해 일회성 연구를 할 때 크게 좌절한다고 한다. 그동안 GDP 대비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과학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기틀과 고도성장을 견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 과학기술 혁신이 필요하다는 화두와 투자 대비 성과나 사업화 성공률이 낮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신설된 연구개발 예산과 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 컨트롤타워인 과학기술전략본부에서 장기적 큰 그림을 토대로 중복투자를 막고 규제를 완화하며 국가전략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연구의 주체인 과학자들의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자율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포함되었으면 한다. 자율성을 해치는 제도와 규정 등은 연구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은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결국 연구자들이 자율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 그 토양 위에 과학자들 스스로 자신의 분야에서 국가대표라는 긍지를 씨 뿌릴 때 `세계과학`이라는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다. 한국 과학자가 세계 정상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켜보고 지원하는 과학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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