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JP(김종필 전 총리)에게 친필 서신을 외교행낭에 담아 보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김 전 총리 주변 인사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던 모양이다. 서신엔 "내년 1월에 찾아 뵙겠다" "계속해 지도편달을 바란다" 등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정도 안부에 그쳤다면 조금 싱겁다. 모르긴 해도 퇴임 후 대권행보와 관련한 내밀한 의사 표현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합리적 의심'이다. 사실 여부를 가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수신자인 JP 측에서 원본을 공개하면 된다.

5월 방한 때도 증명됐듯이 반 총장의 친필 서신 발송에 대해 그의 대선 출마와 연결지려는 시각이 많다. 그것도 상대가 충청 맹주의 상징인 JP인 까닭에 충청대망론이 점차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시국에 서신 내용중 '내년 1월 JP 예방' 표현이 들어 있다면 이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중요 단서로 간주 될 수 있다. 연말 퇴임하는 반 총장이 JP에게 서신을 보냈다는 점, 다른 운송 수단을 배제한 채 외교행낭(파우치) 편을 이용했다는 점, 그리고 1월이라 못 박았다는 점 등을 잇는 꼭지점 화두가 대선 출마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반 총장의 대선 행보를 둘러싼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된 것이나 다름 없다. 요컨대 JP를 다시 찾아가는 시기에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나리오가 들어맞을 경우 유력 대선주자로서 정치판 등판을 최대한 늦출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진단은 허물어지게 된다. 그의 예상 밖 빠른 등판은 대선시계가 빨라질 것임을 예고한다. 이 연장선에서 기성 정치질서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 총장이 본국 정부와 주재국 공관 간에 공용 문서나 물품을 주고받는 통신수단인 외교행낭을 이용한 것을 두고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도 없지 않다. '국제적 관례' 라는 외교부 설명도 있고 보면 곁가지 문제로 꼬투리 잡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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