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잔예: 살아서는 안되는 방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그 일이 발생한 이유를 찾곤 한다.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면 마음 한 켠에 찝찝한 구석이 남으니 말이다. 공포영화에서는 이런 속성을 활용해 관객들을 두려움으로 몰고간다. 열지 말아야 할 문을 열거나, 보지 말아야 할 곳에 시선을 두면서 긴장감을 고조 시킨다.

영화 `잔예-살아서는 안되는 방`은 주인공이 겪은 일의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다다미 방에서 빗자루로 방을 쓰는 듯한 소리를 시작으로 구전으로 전해오는 괴담을 하나하나 수집해 나간다.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사실감을 높였고, 등장인물들의 담담한 어조는 영화가 픽션임을 잊게 해준다. 또 대부분의 공포 영화가 단순히 하나의 사건만을 다루는 단편적인 스토리를 담아냈다면, 잔예는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되어 과거를 역추적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영화에 팽팽한 긴장감과 흡입력을 더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제목 `잔예(殘穢)`는 `남을 잔(殘)`, `더러울 예(穢)`라는 두 한자가 조합된 `더러움이 남다`라는 의미로 `부정(不淨)을 탄 터에 재앙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여기에 `살아서는 안되는 방`이라는 부제는 한자로 된 신조어인 `잔예`를 생소하게 받아들일 관객들을 위해 영화를 좀 더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처럼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영화는 가장 일상적이고 편안해야 할 공간인 `집`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 공포를 예고하고 있다.

새로 이사간 집에서 정체불명의 소리를 듣고 의문을 품게 되는 여대생 `쿠보`(하시모토 아이)와 괴담 소설가 `나`(다케우치 유코)가 `쿠보`가 살고 있는 오카야 아파트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추적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 듯 과거까지 연결되어 있는 끔찍한 저주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는 영화의 스토리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누군가는 이미 경험을 했거나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집`에 대한 괴담을 그려내고 있기에 더욱 강력한 공포감을 전달한다.

독자에게 받은 사연들로 괴담 잡지에 단편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쿠보라는 여대생에게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새로 이사간 집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 사연이 낯익어 과거의 독자편지를 찾아보던 나는 같은 아파트에서의 비슷한 사연을 받았던 걸 발견하고 흥미를 느낀다. 나는 쿠보와 같이 이 아파트를 둘러싼 괴담을 하나씩 추적해나가는데 전 세입자 역시 이 아파트에 이사 직후, 어떤 소리를 듣고 돌변해 자살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파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석연치 않은 사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연결돼 아파트가 지어지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점점 더 믿을 수 없는 사실들과 마주하게 된다.

일본 정통 공포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기존 할리우드 공포 영화들이 자주 사용하는 잔인함이나 깜짝 놀라게 하는 것에서 주는 공포감에서 벗어나, 색다르고 탄탄한 스토리가 중심이 돼 공포감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J-호러`의 명맥을 이을 영화로 주목 받고 있는 <잔예-살아서는 안되는 방> 역시 이러한 일본 공포 영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다만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여러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다 보니 스토리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탄탄하게 짜 맞춰진 이야기라 하더라도 이를 관객들에게 전달할 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이해도가 좌우되는데, 시간을 거슬러 몇 가지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하려다 보니 이를 놓친 관객을 영화의 흥미를 잃기 쉬워 보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줄거리로 묶어 만든 영화인 옴니버스 영화를 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또 과거 주온과 링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캐릭터가 부재해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길 만한 장치가 없어, 극도의 공포를 맛보기도 어려웠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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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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