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기과시·남탓·불통 고질병 근면함으로 일어선 나라 병들게 해 스스로 반성·질책 새로운 도약 필요

염라대왕이 옥황상제에게 해고당했다. 이유는 한국사람 때문이라고, 시중에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고 있지만 한번쯤은 되돌아봐야 될 것 같다. 해고당한 염라대왕이 옥황상제에게 억울하다며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해명하기를 60세에 저승사자를 보냈으나 바쁘다는 핑계, 70-80-90-100세까지도 별별 핑계를 대며 계속 못 간다고 전하라고, `100세 인생`이라는 노래를 중얼거리며 기고만장하더란다. 100세가 지나서는 맘대로 저승의 좋은 자리 차지하고, 저승사자와 같이 와서는 천당 갈래, 지옥 갈래 물으면 거의 대부분 불가마가 있는 지옥으로 간다고 해서 보냈더니 `아! 시원하다` 하면서 미역국에 머리치기로 계란 까먹고 잠자며 때론 고성방가를 한다.

저승 입구에서 돈 좀 있고, 학식 좀 있고, 연예인 출신이라는 등등의 사람들이 오면 염라대왕이 골치가 더 아프다고 한다. 하도 성형을 많이 해서 누가 누군지 구별이 어렵고, 또 패션도 거의 비슷해 누구를 천당으로, 누구를 지옥으로 보낼지 구별이 안된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왕년에 내가 굉장했던 `아무개`라고 하며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이 해명을 들은 옥황상제가 그래도 모든 게 염라대왕의 탓이라고 해고하려 하니, 염라대왕이 한두 가지 더 보태서 해명하더란다. 하도 지들 맘대로라 지옥을 리모델링 할려니 지옥국회에서 몇 안 되는 한국 출신 국회의원들이 계속 데모하며 막말하고 이승에서 누렸던 특권을 달라고 하면서 법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니 리모델링도 못하고, 더 큰 문제는 `식사`로 계속 토끼처럼 채식만 하겠다며 현미, 잡곡밥, 청국장, 생선 등만 요구하고, 또 건강에 좋은 무슨무슨 약초를 내놓으라고 하니, 기가 막힌다.

정 원하면 돈을 내라고 하니 모든 것이 정부책임인데 당연히 공짜로 달란다. 염라대왕도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어 `식인종` 출신 경찰을 채용해 공정한 법을 집행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유인즉슨 어느새 식인종을 구워삶고 `로비`해서 무력화시키고 자기들에게 동조하게 한단다. 다 듣고 있던 옥황상제 왈, 듣고 보던 바대로 한국 사람들! 야! 정말 난다 긴다 재주 좋구나! 감탄하더란다. 장황하게 시중에 회자되는 얘기를 적어봤다. 한 외국인 목사와 한국에서 11년간 기자생활을 했던 분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느낀 바를 정리하면서 한국인들의 장점을 이야기 했다. 그의 얘기를 듣는 중에 장점만 얘기 말고 단점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하니 잠시 주저하다가 자신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단점을 4가지로 요약해 말했다.

첫째로, 한국인은 미래 지향적이지 못하고 과거 지향적이다는 지적이다. 모이면 앞으로의 설계나 계획보단 과거 지나간 군대 얘기, 정치사건, 동창 또는 왕년의 자신을 과시한다. 둘째, 핑계를 너무 댄다는 지적이다. 솔직한 자기반성과 실패에 대한 인정이 없이 동료, 타인, 상사, 부하, 사회, 정부, 제도 등으로 미루며 탓한다. 셋째로, 인간관계에서 질 줄을 모른다. 타협을 모르고, 양보를 패배로 생각하며 흑백논리에 접어든다. 넷째로, 한국인들은 심지 않고 거두려는 공짜심리가 강하다. 우리들이 어린 시절에 듣고 자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말이 있었다.

위와 같은 지적 외에도 이들은 한국인들은 장점도 많고 또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100% 인정했다. 물론 이들이 지적한 단점들이 아주 공감되거나 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 각 분야 각 구석의 돌아가는 형편과 현상을 보면 얼마든지 공감이 가는 지적이기도 하다.

염라대왕의 해고 사유들과 이 두 외국인이 지적한 단점의 일치함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그간 우리 국민들의 피나는 노력과 근면함으로 남의 나라에서 원조 받던 피원조국에서 이제는 다른 나라에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가 됐고,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바라보며 세계 어느 나라 국민과 견주어도 우수한 교육수준 등 자랑할 것도 너무 많다. 그러나 우리 각자가 가슴에 손을 얹고 현재를 보면 때로는 `큰일이구나`하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언젠간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이 되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 각 분야, 각 개인의 뼈를 깎는 반성과 질책을 통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병원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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