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문제와 신공항 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이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를 선점하려는 유혹을 느끼기 십상이다. 여론 주목도가 매우 커 잘하면 화제의 인물로 부상하면서 인지도 상승 효과가 수반된다. 하지만 두 가지 사안과 관련해 국민들은 쓴맛을 본 바 있고 기회비용도 적잖이 지불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 영남권이 두 동강 날 뻔했다.

이런 '학습효과'를 금세 망각하면 나라 재정을 압박하고 국민 여론이 갈라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환심을 사기에 급급한 나머지 정략적으로 수도이전 문제나 신공항 문제에 또 군불을 때고 있다. 어제 남경필 경기지사만 해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질의하는 형식으로 수도이전이 지방분권의 시작이라 생각하는 데 박 시장 생각이 궁금하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린 것으로 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추미애 의원은 같은 날 전북 새만금 신공항 사업 실현을 공약하고 나섰다. 남 지사의 수도이전 주장과 추 의원의 신공항 실현은 자신들의 정치적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남 지사는 차기 대선까지 내다보고 수도이전론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면, 추 의원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공항 카드를 지렛대 삼아 지역 당원 표심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남 지사나 추 의원의 수도이전과 신공항 마케팅은 성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수도이전 문제의 경우 남 지사의 주장은 개헌과 병행하자는 것인데, 개헌 논의와 수도이전 문제가 병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 지사가 작위적으로 수도이전 문제를 프레임화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기려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 의원의 새만금 신공항 약속도 나중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야권에서 추 의원에 대해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사유가 있음을 뜻한다. 남 지사와 추 의원은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다. 재정수요 문제나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모르지 않는다면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식의 주장과 공약은 자제돼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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