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도시 모종린 지음·위클리 비즈 북스·299쪽·1만5000원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어느 강연을 할 때의 얘기다. 강연을 마친 뒤 한 학생이 저커버그에게 묻는다. "사장님은 부자면서 왜 매일 같은 옷을 입으시죠?" 이에 저커버그는 답한다. "다른 일에 신경 안 쓰고 온전히 페이스북에만 매달리고 싶어서요."

얼마 전 인터넷에 화제가 됐던 이 영상은 저커버그가 얼마나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갖고 임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삶을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의 생활 터전이다. 저커버그는 지난 2013년 자신의 일터인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 북부 멘로파크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옷 고르는 시간조차 아까워 하는 그가 운전으로 왕복 2시간이 걸리는 곳에 쉼터를 마련한 것이다.

저커버그가 샌프란시스코에 `둥지`를 튼 이유는 뭘까. `골목길 경제학자`로 불리는 도시 전문가 모종린 교수는 저서 `라이프스타일 도시`의 서문을 이 물음으로 연다. 아인슈타인, 스티븐 잡스, 앙드레 김처럼 일에 몰두하기 위해 단벌패션을 고수했던 한 인사가 자신의 쉼터이자 안식처가 될 집은 일터에서 떨어진 곳에 잡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각 도시의 창조적 미래에 대한 생각을 펼쳐내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저커버그의 일터와 쉼터의 이질감(?)을 `라이프 스타일`에서 찾는다. 거부할 수 없는 문화적 매력을 갖춘 도시가 사람을 이끌고, 이에 따라 저커버그도 왕복 2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를 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 교수의 이번 저서는 저커버그의 사례로 책의 문을 연 뒤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한다. 고착화된 저성장, 사라진 활력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주요 도시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의 말문을 연 것이다.

모 교수는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라이프스타일` 한 단어에 담겨 있다고 역설한다.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이 살아 숨쉬는 도시, 즉 특색이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들면 현재 위기 극복의 실마리가 풀린다는 것이다.

모 교수의 진단과 제언은 보다 구체적이다. "시애틀의 커피가 절로 생각나는 우중충한 날씨는 스타벅스를 낳았고, 모두가 운동을 즐기는 포틀랜드의 활력은 나이키를 탄생시켰죠. 암석으로 뒤덮인 스몰란드의 척박함에서 극도의 실용성으로 상징되는 이케아가 나왔고요. 이렇게 도시의 특징을 강점으로 승화시키면 정말 멋진 결과물이 나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모든 도시들이 이런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중략>"

이 같은 모 교수의 제언에는 우리나라 주요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돼 있다. 제주는 한국의 하와이가 아니라 캘리포니아가 돼야 한다. 캘리포니아는 제주처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관광산업에 만족하지 않고 실리콘밸리, 바이오밸리, 헐리우드 등 세계적 비즈니스 중심지로 만들어졌다. 또 부산은 아웃도어의 고장 포틀랜드와 경쟁해야 하고, 포항은 철강문화를 도시의 정체성으로 삼아야 하며, 군산은 세계 최고의 사케 도시로 발돋움 해야 한다. 이 외에도 모 교수는 대덕·세종 등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대도시의 경제기여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탈출구 역시 분명히 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세계 600개 주요도시를 연구해 발표한 `2011 도시 세계`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은 인구 15만 명에서 1000만 명사이의 중견도시이다. 이는 천편일률적 대도시 따라하기가 아닌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살린 중견도시, 작은 도시의 중요성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옷과 색깔에도 누군가의 눈길을 끄는 특장점이 존재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발길을 끄는 매력 포인트,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언제나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믿음만 줄 수 있다면 사람이 몰리는 도시,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한 도시로 가꿔나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모 교수의 저서는 발전과 답보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각 지자체에게 향후 발전의 지향점을 어디에 둘지를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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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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