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드디어 짐승껍질의 무두질이 끝났다. 무두질이 끝난 짐승껍질들은 다음 손으로 넘어간다. 무두질이 끝난 짐승껍질들은 무두질을 하기 전의 껍질 값의 여섯 배에서부터 열 배의 값이 붙는다. 특히 캐리브 같은 고급 껍질이 비싸게 거래된다. 무두질이 끝난 캐리브의 껍질을 구입하기 위해 캐나다를 비롯하여 뉴욕 파리 로마 등에서 고객들이 모여든다. 거래선을 따라 모여든 고객도 있지만 직접 먼 길에서 온 디자이너들도 있었다. 세계 유행의 최첨단에 출품을 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들 디자이너들은 에스키모 집에서 직접 무두질을 한 에스키모 여인들과 거래를 한다. 그들은 잘 무두질이 된 젊은 캐리브 껍질 한 장에 표범 껍질값을 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스키모 여인들은 무두질이 잘 된 캐리브 껍질을 모두 다 팔지 않았다. 무두질이 잘 된 캐리브의 껍질은 내수용으로도 필요했다.

에스키모의 여인들은 특별한 캐리브 껍질로 속옷을 만들었다. 그 속옷에는 목부분에 사람들이 들어갈 구멍이 나와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알몸으로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간다. 그건 훌륭한 속옷이 된다. 집안에서는 물론 영하 10도 인 밖에 나가도 따스한 방한복이 된다. 털이 나있는 쪽을 안으로 하면 실내용이고 그 반대로 털이 있는 쪽이 밖으로 하면 외출용의 방한복이 된다. 에스키모 사냥꾼들이 얼음판에 엎뜨려 바다표범들을 잡을 때는 그 위에 다시 캐리브의 겉옷을 걸치면 된다. 그러면 영하 50도에서도 견딜 수 있다.

에스키모 마을을 방문한 서양사람들은 그 에스키모들의 방한복을 세계에서 가장 따뜻한 훌륭한 옷이라고 말하고 있다. 몸에 딱 붙어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었고 그 무게도 모두 합쳐서 4-5㎏밖에 되지 않았다. 서양사람들이 입고 나오는 방한복의 무게는 15㎏ 이나 되지만 에스키모의 방한복보다 따뜻하지 못했다. 따라서 에스키모 마을을 방문한 서양사람들이 자기들이 입고 갔던 방한복들을 모두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에스키모의 캐리브 방한복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야만 눈과 얼음이 뒤덮여 있는 북극의 추위에 견딜 수 있었다.

에스키모의 방한복에 감탄한 서양사람들은 돌아가서 그런 방한복을 만들려고 시도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무두질이 되지 않았다. 몸에 딱 맞게 재단이 되지 않았다. 에스키모의 여인들은 역시 세계에서 으뜸 가는 모피 가공자였고 재단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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