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 여인은 마치 그 자리가 정해진 자기의 자리이며 자기가 하는 일은 오로지 짐승들의 껍질을 다루는 일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그랬다. 극한 영하 40도의 세상에 사는 에스키모들에게는 방한복보다 더 중요한 생필품은 없었으며 에스키모의 여인들은 그런 중요한 일을 맡고 있었다.

그 에스키모 여인들에게 마을의 생필품 관리소에서 일감이 배달되었다. 판자처럼 딱딱하게 얼어붙은 캐리브의 껍질이었다. 전날 잡은 캐리브의 껍질이었으나 벌써 판자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여인들은 우선 집안에서 가장 따뜻한 안방인 자기가 앉아있는 곳 옆에 그것을 걸어 놓고 해동을 시킨다.

안방은 한참이나 공기통 같은 것이 없는 밀실이며 고래나 바다코끼리의 기름이 난방과 조명을 겸해 빈 석유깡통 안에서 타고 있었다.

공기가 오탁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지만 환기를 할 수 없었다. 바늘구멍 같은 구멍만 있어도 영하 40도의 황소바람이 쳐들어오는 방이었다.

판자 같은 껍질은 사나흘이면 해동이 된다. 그러면 주부는 낮에는 그걸 접어서 방석으로 삼고 밤에는 요로 삼으면서 말린다.

그리고 에스키모 주부의 무두질이 시작된다. 에스키모 여인들은 그걸 손가락과 이빨과 입술로 한다. 껍집을 야금야금 씹으면서 아직도 껍질에 붙어 있는 털을 뽑아내고 기름살을 뜯어내 연신 입안으로 던져 넣는다.

한 달쯤 뒤에 그 일이 대충 끝나면 이번에는 손으로 껍질을 주무른다. 껍질을 쓰다듬으면서 아직도 딱딱한 부분이 남아 있으면 손으로 혹은 강하게 혹은 약하게 주무르면서 보드랍게 만든다. 여인들 자신들은 그 일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껍질을 주무르는 손바닥을 통해 살아있는 자기들의 생기가 껍질 안으로 주입되어 껍질이 살아있는 것처럼 말랑말랑해진다는 말이었다.

짐승껍질의 무드질은 힘이 든다. 에스키모 여인들은 몇 시간이나 걸려 겨우 손바닥 너비의 껍질을 부드럽게 만든다.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동안 에스키모 여인들은 그 일을 한다.

에스키모 여인들은 그래도 그 일을 한다. 인내와 끈기는 그녀들의 본성이며 그녀들은 그저 묵묵히 그 일을 한다.

캐리브 한 마리의 무두질을 하는데 그들은 한 달 동안이나 무두질을 했다. 그래도 무두질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무두질이 끝난 껍질에는 절대로 털집이 나거나 딱딱한 곳이 남아 있으면 안된다. 에스키모의 여인들은 꼼꼼하게 무두질이 잘못된 곳을 찾아내 다시 처음부터 무두질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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