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에스키모들은 낙천가들이며 언제나 웃는 낯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웃는 입이 가장 크게 벌어지고 웃는 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식사를 할 때다. 특히 사냥을 하여 잡아온 사냥감을 해체할 때가 그들에게는 최고의 즐거운 시간이 된다.

그들은 잡아온 캐리브나 바다코끼리 바다표범들을 해체하면서 끊임없이 맛있는 부분을 칼로 잘라내 입안에 던져 넣는다.

그들이 좋아하는 부위는 여러 종류들이 있는데 특히 바다코끼리나 바다표범들의 위장 안에 들어가 있는 반쯤 소화되고 반쯤 썩어가는 찌꺼기들을 좋아했다. 그런 먹잇감들에는 조개류가 많았다. 껍질이 떨어져나간 조개의 알맹이들인데 보기에는 연하고 먹음직스러웠으나 서양인들의 입에는 별로였다. 그들은 또한 바다코끼리의 지느러미에 붙어 있는 콩알 만한 기생충을 좋아했다. 연분홍색의 기생충이었는데 해체를 하는 에스키모들은 결코 그것을 놓치지 않았으며 발견하면 우선 자기 입에 던져 넣고 다음은 아이들에게 주었다. 그들은 짐승들의 눈알도 좋아했는데 딱딱한 그것들이 무슨 맛인지 서로 다투면서 먹었다. 짐승들 중에서는 캐리브(순록의 일종)를 좋아했는데 그 고기는 소고기와 맛이 비슷해 서양사람들도 먹을 수 있었다. 에스키모의 음식이라고 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에스키모는 물론 서양사람이나 동양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음식에는 바다표범의 뱃속에서 나온 바보갈매기 요리가 있었다. 에스키모의 미식가들은 해변가 바위에 앉아서 잠자리채 같은 것으로 날아다니는 바보갈매기라는 그 새들을 대량으로 쉽게 잡아 털도 뽑지 않고 바다표범의 배안에 넣어 발효시킨다. 그 갈매기는 한두 달의 발효 시기가 지나면 요구르트 같은 감미한 향기를 내면서 익는다. 에스키모들은 그때 그 귀중한 음식을 특별한 손님들에게만 내놓는데 그게 천하일미였다. 그 다음 가는 진품요리는 흰곰의 뇌와 골수와 피가 들어가있는 곰 순대였는데 이것도 보통손님은 맛볼 수 없었다.

그러나 에스키모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봄날 양지 바른 바닷가의 바위 등에 붙어 있는 이끼였다. 뜯어 내기도 힘들게 납작하게 붙어 있는 이끼였으며 서양사람들에게는 별로 맛이 없었으나 에스키모들에게는 최고의 귀중품이었다. 그저 새콤한 맛이었으나 에스키모들에게는 그 맛은 더없이 귀중한 것이었다.

극한의 땅 북극에서는 식물이 자라나지 않으며 그곳에서 자라나는 식물은 그것뿐이었다. 에스키모들은 그 맛에서 그들에게는 없는 봄의 향기를 느꼈다. 북극에서는 가장 더운 계절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기온은 영하 10도를 올라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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